날씨를 구실 삼아

내 문제가 아니면서도 내 문제 같은 일들에 해답을 짜내느라 머리가 아팠다. 속이 깝깝했다. 창문을 활딱 열었을 때 찬바람이라도 들이치면 한숨 고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놈의 열대야. 여름은 정말 싫다. 전화를 걸어 오늘의 날씨를 서두로 머리 아픈 말들을 꺼내는 아버지란 사람이 미웠다.

속이 답답해 미칠 것 같은데 어디다 토로할 데가 없었다. 친구목록을 아무리 뒤져도 쉽사리 말 걸 데가 없었다. 인생 헛산 것 같다가도 내 문제 내가 해결해야지 감정쓰레기통 만들면 되냐는 물음이 피어 골이 띵했다. 하마터면 나도 날씨를 핑계 삼아 누군가에게 더운 마음을 전이시킬 뻔했다. 증폭되는 열기를 식혀달라 애원할 뻔했다. 오한이 들 때까지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사정사정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