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끝났다. 사실 수상작 발표가 난지 이제 2주 정도 지났지만 이제야 후기를 올리는 건 2026년을 맞이해 개인적인 소회를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나름대로의 신년 목표도 정리할 겸도 해서.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무슨 바람이 불어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할 마음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당선 가능성이야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어가는 상황이니 원래 희박하고. 나는 원래 에세이를 쓰던 사람도 아니었고, 독자도 아니었기에 브런치에서 선호하는 작가가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모전 예고를 보면서 괜히 들뜨고 설레었고 응모를 준비했다. 오랜만에 창작 욕구가 불타올랐다. 그래서 열심히 써서 냈다.
결과적으로는 낙방했고 그 후로 탈락의 아픔을 혼자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쓴 작품과 응모한 과정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많은 자료조사를 했고, 다시 구성 공부를 했고, 공모전 기간 내내 연재하면서 딱히 열렬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소소한 반응도 얻었다. 구독자도 소수지만 늘었고. 그래서 얻은 게 없지는 않은 공모전이었다.
무엇보다 그 작품이 브런치라는 그릇에는 안 맞았지만 다른 데서 빛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사실 이번 공모전에는 완성본이 아니라 초반부만 연재해서 공개했는데 공개 분량에는 내가 이 작품에 담고 싶은 핵심은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다. 올해 목표는 이 작품을 잘 완성해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곳을 만나 종이책으로 출간하는 것이다. 이 작품을 잘 세공하면 내 최고작이 될 거라 자신한다.
혹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다가 낙선해서 아직도 힘들어하는 작가님들이 이 글을 본다면 당선되지 않았다고 해서 당신의 작품이 무가치한 건 절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브런치는 하나의 무대일 뿐이다. 여기서 내 작품이 걸리지 않았다고 해서 그 작품의 가치가 결정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내 작품에 맞지 않는 무대였던 것일 뿐이다.
어차피 작가란 숱한 거절과 실패에 익숙해져야 하는 직업이다. 내가 작품 하나를 완성했다고 해서 그 작품을 출판사와 플랫폼이 뛰쳐나와 반겨주는 작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영업직원이 회사 제품을 발품팔아 거래처에 홍보하러 다니고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두 발로 뛰어 홍보해야 하는 것처럼, 작가는 자기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본인이 발품 팔아 자기 작품을 세일즈할 수밖에 없다.
올 하반기에 열릴 제14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 분들이 나중에 혹여 이 글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비록 당선 작가는 아니지만 응모할 생각이 있다면 본인의 작품이 브런치라는 플랫폼과 색깔이 맞는 작품인지 전략을 잘 세워서 도전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브런치도 하나의 글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을 표방하는만큼 당연히 추구하는 색깔이 있고 선호하는 장르가 따로 있다. 그런 글만을 내야 뽑힐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특정 장르나 색채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건 확실하다. 브런치는 일상, 위로, 힐링, 공감 등의 키워드를 좋아하는 에세이가 강세인 플랫폼이다. 역대 당선작들도 살펴보면 이런 색깔의 작품이 많다.
당선작 뿐만이 아니라 매일 브런치 메인에 걸리는 작품들만 봐도 소설이나 시는 찾아보기 어렵고 에세이가 많다. 공모 여부를 결정할 때 이런 플랫폼의 기본적인 성향, 당선작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 분모 등은 한 번쯤 훑어보고 분석하고 도전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도 좋다.
본인이 신춘문예 당선작과 같은 순문학을 추구하거나 웹소설, 장르문학을 추구하는 작가라면 브런치는 맞지 않는 옷일 수 있다. 그런 작품은 차라리 출판사에 투고하거나 출판사에서 자체적으로 여는 공모전에 응모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가 쌓이면서 축적된 성향의 차이이다. 에세이냐 아니냐에 따라 확실히 관심도가 다르다.
나도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낙선과 탈락의 고배를 마실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도 있듯이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 내 새끼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알맞은 그릇, 플랫폼이 있을 거라 맏는다. 그 결실을 맺을 때까지 나는 끝임없이 도전하고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리고 그 시행착오에서 느낀 점들을 간간이 여기에도 공유해볼까 한다.
당신이 당선 작가라면 축하할 일이고, 낙선 작가라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 글을 하루에 한 글자라도 쓰는 이상 누구든 작가다. 결과가 작가를 말하는 게 아니라 과정이 작가를 만든다. 공모전이나 투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마음이 흔들리고 회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혹시 오늘도 어딘가에서 떨어졌다거나 거절의 메일을 받았을지라도 작가라면 마음을 추스르고 한 글자라도 더 쓰기 바란다. 그리고 공부해보는 거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원고를 어떤 공모전이나 혹은 어떤 출판사에 어떤 전략으로 도전해야 출간될 수 있을지. 수험생이 원하는 학교에 가기 위해 그 학교 이전 기출 문제를 다 풀어보면서 분석하고 공부하고, 취업준비생이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그 회사를 공부해 자소서나 경력기술서 전략을 짜는 것처럼 작가도 자신이 원하는 플랫폼이나 출판사에서 내 책을 내기 위해선 그곳에 대해 공부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럼 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나도 그렇게 공부해서 다른 공모전에 응모하고, 다른 출판사에 투고하고 있다. 올 한 해 모두 각자가 원하는 결실을 맺길 바라며. 우리 존재 화이팅을 다시 한 번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