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스 모임 후기
만나면 좋은 친구, 경남 *서바스 모임에 다녀왔다. 일 년 네 차례 봄가을 전국모임, 그리고 지부 모임을 하니 비교적 자주 보는 셈이다. 이번에는 모임 장소가 천안이었는데 때마침 첫눈도 함께 하여 더 즐거운 만남이 되었다. 나이 들수록, 사람 알아갈수록, 서로 편하고 크게 웃을 수 있는 만남이 좋은 것이다.
점심으로 생선구이집에서 한 사람당 고등어, 갈치, 삼치, 임연수 중 골라서 큰 거 한 마리씩, 배부르게 먹으며 그간 안부를 묻고 회포를 풀었다. 서울에서 직접 운전해서 달려와 주신 회장님 덕분에 무게가 실려 분위기도 전국구 모임 같다.
대전에 성심당, 군산에 이성당이 있다면 천안은 뚜쥬루 빵돌가마가 있다. 나는 몇 번째 갔는데 이번엔 기다리는 줄이 없어 행운처럼 여겨졌다. 이 집 빵은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주섬주섬 빵을 담아 빵 마을 널찍한 카페로 갔다. 창을 등지고 앉아 커피랑 빵을 먹는데 누군가 ’눈 온다‘ 며 소리쳐서 돌아보니 바깥에 눈발이 날린다.
눈이 오면 강아지만 즐거우란 법이 있냐? 환갑 넘은 우리도 즐겁긴 마찬가지다. 이제는 설레며 만날 사람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전화를 꼭 해야 할 대상도 없지만 다들 들뜨며 좋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눈 보기 힘든 경상도 사람들이 충청도에 와서 맞이하는 첫 눈이라니!!
태학산 휴양림 숙소로 올라가는데 벌써 눈이 좀 쌓여있다. 지부장님께서 숯불구이를 완벽하게 준비하셨는데 최근 변동된 규칙으로 금지령이 내려 팬에 구워야만 했다. 그러나 공기는 쾌청하고 숙소도 깔끔해서 마음이 t시원했다. 바베큐의 정석인 소시지도 팬에 구어 불로 지져내니 정말 맛있었다.
저녁 내내 먹은 칼로리는 빼야 하니 모두 눈길 산책하러 나갔다. 우리 나이에 이제 하루 치 운동 복용량 만보는 채워야 한다. 벌써 눈꽃을 피워낸 나무들이 싱그럽고 큰 추리도 미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친다. 밤길 산책에 웃고 떠드느라 소화가 다 되었다.
산책 후 돌아와서 끈 달린 것처럼 쉼 없이 이어지는 프랑스, 남미, 쿠바등 여행 이야기로 시간은 자정까지 흘러갔다.
아침은 색갈 화려한 샐러드와 땅콩버터 바른 곡물빵 그리고 미리 준비해 온 병아리콩 수프로 먹었다. 건강영양 만점 식단이 되도록 늘 신경을 써 주는 똑순이 김 여사님의 수고에 매번 감사하다.
마음은 눈 풍경이 예쁜 휴양림에서 더 머물고 싶지만, 예정된 유관순 열사 생가와 기념관을 가야 한다. 서바스인이라면 인문 교양도 쌓아야 하는데 더욱이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를 부르다 옥고를 치르고 간 18세 유관순 언니, 누나를 안 보고 갈 순 없지 않은가?
우리 가슴 속 별이 되신 유관순...그녀가 서울 이화 학당으로 유학 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의식있던 부모님과 지식인이었던 삼촌, 그리고 당시 다니던 교회 선교사들의 역할이 컸었다.
유관순 생가 옆 매봉 교회에도 그 시대적 배경과 상황, 그리고 가족, 주변 지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잘 소개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기념관에서 일본 법정에서 호통치던 유관순 열사의 동영상이 있어 감명 깊게 보았다.
오늘의 자유와 평화, 안정, 번영 못지않게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자존감을 지켜주고 이어주신 맥이요 흐름이라 느껴졌다. 잠시 나라의 주권을 빼앗겼을망정 결코 훼손되지 않았던 그 자존감이 유관순 열사의 호통 속에 생생히 살아서 메아리쳤다.
동영상이 길어 업로드를 하지 못하고 요약내용만 올린다.
그 무시무시한 서대문 형무소를 감내하셨다. 형무소 옷에 유관순이란 이름이 적혀있다. '용수'라 불리던 저 모자같은 것은 일제가 독립운동가들이 이동할 때 머리에 씌우던 것이다. 수감자들에게는 수치심과 공포를, 지켜보던 사람에게는 혐오감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모자라 한다.
열사와 의사의 차이는 손에 무기를 가졌냐 아니냐에 따라 구분해서 부른다고 했다. 그래서 안중근은 의사고 유관순은 태극기를 흔드는 평화적 항의와 시위를 했기에 유관순 열사라 부른다.
생가 마을인 병천면은 병천순대로 유명하다. 점심으로 충남집 순대를 먹었는데 음식점은 평일인데도 자리가 꽉 찼고 나는 병천순대 못지않게 국물이 더 구수하고 시원한 순댓국을 맛있는 무김치랑 흡입했다. 먹으면서 어쩌면 유관순도 이걸 먹고 더 힘을 얻었지 않았을까? 추측도 했다.
고기양도 엄청나서 밥은 거의 남겼는데 가격은 만 원이다. 오면서 3인분을 포장해서 왔다.
*서바스(Servas)~유네스코 산하 국제여행자 단체. 2박 3일 무료 숙박을 실행하며 세계평화와 민간외교적 역할도 담당하는 국내외 여행자 모임이다. 관심있으신 분은 검색하셔 지역의 담당자 추천으로 가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