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는 도구였고, AX는 문명이다

AI시대, 우리 회사는 괜찮을까?

by 손동진

멜 깁슨의 영화 <아포칼립토>는 그야말로 명작이다.

전반부는 마야 부족 사회의 일상을 거칠고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냥을 하고, 불을 피우고, 활을 사용하는 그들의 삶은 분명 기술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그 기술은 어디까지나 '연장된 손'에 불과했다.

시스템의 한계 내에서 더 많은 노동력과 희생을 전제로 겨우 유지되는 체계였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DX(Digital Transformation)와 닮아 있다.

디지털 도구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직접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는 단계다.

변화는 있었으나 근본적 전환은 아니었다.

DX의 핵심은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치환하는 데 있었다.

종이 문서를 PDF로 바꾸고, 대면 회의를 화상회의로 옮기고,

수작업을 자동화 스크립트로 대체하는 식이었다.


분명 효율성은 높아졌고, 시간과 비용도 절약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시스템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입력하고, 결과를 해석해야 했다.

더 날카로운 돌칼을 만들어도 여전히 사냥꾼의 손과 눈이 필요했던 것처럼,

DX도 인간의 판단과 개입 없이는 작동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일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토로하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이 탈출하여 해안가에 도착했을 때,

수평선 너머로 거대한 스페인 함대가 등장한다.

쇠와 화약으로 무장한 새로운 세계는, 부족 사회가 상상할 수 없던 압도적 질서였다.

이 장면은 단순한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문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순간을 상징한다.


우리가 말하는 AX(AI Transformation)가 바로 이와 같다.

AI는 더 이상 사람이 명령어를 입력하고 모니터링해야 하는 보조 기술이 아니다.

AX의 본질은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뛰어넘는 데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인간이 발견할 수 없는 패턴을 찾아내고,

변수들 간의 상관관계를 실시간으로 계산하며, 심지어 창의적 작업까지 수행한다.

더 중요한 것은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한다는 점이다.

이때 인간의 역할은 도구를 조작하는 사용자에서 AI와 협업하는 파트너로 전환된다.

때로는 AI가 인간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도 하며,

이는 전통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DX는 숲속에서 사냥하는 부족의 사냥 도구였다면, AX는 바다를 건너온 함대다.

전자는 효율의 확장이지만, 후자는 질서의 전환이다.

DX로는 종족의 하루를 연장할 수 있지만, AX는 역사 자체를 갈아엎는다.

실제로 많은 산업에서 이러한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더 나아가 AX는 경쟁의 규칙 자체를 바꾸고 있다.

DX 시대에는 더 빠르고 효율적인 기업이 승리했다면,

AX 시대에는 AI와 가장 잘 협업하는 기업이 승리한다.


마야 부족이 서구 정복자들의 등장 이후

기존 사회 체계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었던 것처럼,

현재의 기업들도 AI라는 새로운 문명 앞에서 근본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오늘날 우리 기업과 개인은 여전히 숲속에서 사냥 중일 수도 있다.

새로운 함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보고도, 눈을 돌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기존 방식이 익숙하고, 변화는 불확실하며,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함대는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곧 해안에 닿을 것이며, 기존의 규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패러다임 전환기에 적응하지 못한 세력들은 결국 도태되었다.

산업혁명 시대에 기계를 거부했던 수공업자들이,

인터넷 시대에 디지털 전환을 외면했던 기업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AX는 이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주저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현재를 살아가는 실무자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이 들고 있는 도구는 돌도끼인가, 아니면 돛과 키인가.

AI라는 함대는 이미 눈앞에 도착해 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빠른 적응이다.

AI와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하며,

변화하는 환경에서 자신만의 항로를 찾아나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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