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가 중요하다던데, 괜찮을까
입사 2개월 만에 과장이라는 직함을 달게 된 1인, 그리고 갑자기 정규직이 되었다.
------
입사 2개월 만에 과장이 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제 이야기를를 잘 보고 계시다면 구독해 주세요. 정기적인 글 발행에 힘이 됩니다.)
https://brunch.co.kr/@c4435abaf3d844e/3
------
분명 이 인턴은 1개월 + 1개월, 그러니까 2개월 짜리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 회사에서 내 첫 4대보험을 등록하게 되고 만다. 첫 입사하고 불과 3개월 만의 일이었다. 사실 부모님은 아직까지도 내가 이 회사에서 그 때 정규직이 됐다는 사실을 모르신다. 당연히 부모님은 좋은 대학을 나온 딸이 더 좋은 회사(아빠의 꿈은 내가 은행원이 되는 것이었고, 엄마는 내가 행정고시를 보기를 바랐다.)에 가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4학년 1학기 휴학 중에 덜컥 이름도 없는(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의 정규직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 이유는, 우리 회사가 바로 J커브를 그리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첫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이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 제품도 역시, 완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재미에 인턴을 1개월 연장하며 PR 팀 과장이 되고 만다. PR팀 인원은 사실 나 한 명이었고, PR 경험이 많은 대표님이 PR 팀을 맡았다. 그리고 대표님은 PR 대행사와 계약을 하고 만다.
PR이 뭔지도 모르는 내가 대행사와 일하는 법을 당연히 알 리 없었다. PR 대행사의 이사님은 업력이 아주 굵은 분이셨고, 그 팀의 사원도 나보다는 경력이 오래 되어 보였다. 대행사와의 첫 미팅, 나는 양식도 없는 워드 파일에 회사 소개, 대표의 프로필, 우리 회사의 비전과 사업 모델들을 간략히 적어 전달했고, 알 수 없는 계약서 양식을 받아들고는 이걸 어떻게 검토해야 하나 쳐다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때의 말들은 전혀 기억나질 않는다. 그저 문간 옆의 아주 작은 회의실에서 내가 모르는 단어들이 더 나오지 않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PR 대행사와의 계약은 바로 효과를 발휘했다. 대표님의 인터뷰가 어느 이름있는 일간지의 1면, 그것도 정중앙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것이다. 요즘이야 누가 신문을 봐? 라고 할테지만, 그 당시의 일간지 1면은 꽤나 임팩트가 있었다. 아니 적어도 우리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왜냐면,
회사 전화통에 불이 났다.
정말이지, 우리는 하루 종일 전화만 받았다.
"신문 보고 전화하는데~ 그건 어떻게 살 수 있어요?"
"아니 그거 결제를 어떻게 하는 거에요?"
"어디서 살 수 있어요?"
PR이고 영업이고 직무가 무슨 소용일까. 우리는 하루 종일 전화만 받았다.
그리고 우리가 준비했던, 우리끼리 생각해도 "이 수량을 다 팔 수 있을까" 고민했던 세 번째 제품은 그 날 완판이 되고 만다. 정확하게 그 전 달 매출의 20배를 기록하면서.
한 번의 기사가, 내 첫 회사를 결정 짓게 되었다고 이야기해도 될까?
그 기사 이후로 회사는 정말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던 한 스타트업이, 업계에 이름을 알리는 순간이었고, 그 규모가 커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도, 갑자기 불이 나는 이 전화통이 싫지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재밌었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가득했던 그 미팅이, 내가 뭔지도 모르고 검토했던 보도 자료와 인터뷰가, 갑자기 회사에 이런 큰 임팩트를 준다고? 짜릿하다는 말이 더 맞을까? 그렇게 나는 몇십통의 전화를 받은 그 때부터, 이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첫 회사가 정말 중요하다는데, 이렇게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도 될까?라는 걱정과 작은 월급에 대한 불만으로 고민을 했지만, 대표님이 정규직을 제안했을 때 사실은 이미 내 마음 속에는 대답이 정해져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 달의 말일에 이 회사의 정규직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 결정은 아주 두고두고 큰 후회를 남기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