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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 Dec 23. 2022

비교 인생

친구야,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란다!

여보세요?

발신인 표시가 없는 전화가 울린다


"정주야.  나야, **.  오랜만이다"

잊고 지내던 고등학교 동창이다

원래 친한 사이가 아니라 연락처도 없을뿐더러 각자 다른 곳에 살고 있어 안부조차 모르던 동창이었다

서로의 형식적인 안부 인사를 마치자, 문득

"너 브런치에 글 쓰니?"

순간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깜깜해졌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3개월째다

첫 글을 올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어느덧 이렇게나 흘러왔다

동창은 수화기 너머로 캐묻듯 다시 물어온다

갈피를 잃어버린 채 얼떨결에 "응" 이라고만 답했다

글을 읽다가 우연히 봤는데 필명이 "정주"라서 설마 하며 전화했다고 한다

설마는 그런대로  남겨 둘 것이지 굳이 확인 전화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늦었지만 축하하며 부럽다는 인사를 끝으로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와의 통화에서 찜찜함과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럼 나도 글이나 써볼까? 너처럼 작가 소리 듣게"


이 한마디에 그의 진심 어린 축하와 부러움의 인사는 가시 돋친 가식의 찌꺼기로 내게 남았다

너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냐는 어투다.


비교 인생

#인간의 비교 심리는 본능적이다#


타인에게 비교당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비교의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누구누구는 공부도 잘하고, 능력도 뛰어나고, 승진도 잘하고... 등등

우리는 타인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비교를 당하며 살고 있다. 정말 기분 나쁜 일이다.

이런 비교가 기분 나쁜 일임을 알면서도 스스로가 타인과 비교하며 살아가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럼 사람들은 어떠한 심리로 타인과 비교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비교의 삶 속에 내 던져진다

형, 동생, 누나, 언니등으로 부터의 비교는 부러움과 질투라는 또 다른 심리로 나타난다

이러한 심리는 배움을 통해서라기보다 본능적인 것으로 인생의 전반을 통해 지속된다고 한다

성인이 되면서 비교의 대상과 폭은 더 많아지고 넓어진다

살아오는 과정의 결과물이 서서히 드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공부, 취업, 결혼, 돈, 사회적 위치등...타인과의 비교는 현실인 것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직장의 한 예를 들어보자.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이나 연수, 전문자격증 등 본인이 원하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다. 시험과 리포트 평가의 수고는 해야겠지만...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직급별 기본 소양과목만 이수할 뿐, 더 이상의 전문성 있는 교육이나 연수 등의 공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주변에 누군가는 자기계발을 위하여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 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못 견뎌한다

즉, 비교의 시작이 시작되는 것이다.

옆자리 동료는 열심히 하는데 가만히 있자니 나만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비교에 의한 상대적 결핍은 초조함과 경쟁심으로 이어진다

경쟁을 요하는 사회에서 옆자리 동료는 비교의 대상이자 경쟁자인 것이다

매일의 웃음 뒤에는 너와의 경주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날 선 얼굴이 숨겨져 있다.


한편 비교로 인한 경쟁심의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스스로의 역량을 확대시키고 타인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시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단기적인 성과와 결과만을 탐닉할 뿐이다

오랜 시간을 인내해야 나오는 결과물이나 전혀 다른 새로움에 대한 장기적인 도전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교는 타인을 따라 하는 행위이기에 장기적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지쳐 포기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존감은 더 떨어지고 열등감은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동창의 마지막 한 마디에 자존심이 상한 건 나 자신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기분이 나쁜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글쓰기를 만만하게 봤다는 것이다

동창의 숨겨져 있던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실천의 트리거가 나와의 비교에서 발현된다면 나의 자존심 따윈 괴념치 않겠다.

하지만 단순한 비교에 집착한 채 쟤도 하는데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은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으로 돌아갈 것임을 알고 있다

헐벗음과 배고픔의 가난을 숨길 수 없듯 헐벗고 배고픈 결핍된 비교의 심리 또한 숨길 수 없다. 마치 가시처럼 계속 돋아나길 반복 할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특성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다

삶의 기준과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남과의 비교는 필요치 않을것이다

주도적으로 걷지  못하고 옆사람을 따라 걷는 인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랑 걸음걸이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결국 걸어도 걸어도 비교의 버릇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의 목적은 비교를 통하여 타인보다 우월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신감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존감은 핏 하게 꼭 맞는 멋진 마음의 슈트를 입고 당당히 뚜벅뚜벅 걸음을 옮길 수 있는 발걸음에서부터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억만금을 준데도 타인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각지고 날 선 마음은 어떻게라도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비교에 의한  화려한 치장은 오늘만 살 것이며 오늘이 지나 홀로의 시간이 오면 분명 자괴감에 몸서리칠 것이다

비교 인생은 마치 가을걷이를 채 하지 못한 빈 곳간처럼 허전하고 공허할 것임에 틀림없다

지금이라도 비교의 인생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되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비교 인생. 진정 내가 살고픈 인생 인지?"


좋은 비는 내려야 할 때를 알고 있듯(두보의 시에서) 지금이 비교의 버릇에서 벗어날 수 있는 때임을 명심해야겠다.


다음에 그 동창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 말을 꼭 전해줘야겠다

"친구야 글은 아무나 쓰는게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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