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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가 위로가 된다면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58

by 태화강고래

누가 딸 키우기 쉽다고 했어?

도대체 이해가 안 돼! 안돼!


요새 남편이 자주 하는 말이다. 기분 좋게 말을 걸고 대화를 이어가려 하지만 뚝뚝 흐르는 딸의 눈물을 만나면 매번 급하게 끝이 난다. 분위기가 싸해진다. 춘기에 접어든 건지 부쩍 투덜대며 힘들어하는 딸을 볼 때마다 오만가지 생각이 스친다. 엄마니까, 같은 여자니까, 나에게 잘해 보라고 토스할 때마다 부담이 크다. 같은 여자지만 사춘기 딸을 마주하기 힘들긴 마찬가지다.


인생 참 쓰다, 써!

아!!!!!


딸은 이 말을 자주 내뱉는다.

특히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 분초를 다퉈 학원숙제를 해치울 때마다

번갯불에 콩 볶듯 후다닥 엘리베이터를 타러 갈 때마다

쉼 없이 사는 듯한 자신의 일상을 이렇게 평가한다.


공부 빼곤 즐거워 보이는데 공부가 문제인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좋아하는 아이돌 댄스를 절도 있게 출 수 있을 만큼 신체적 조건을 갖춰간다. 허리라인이 드러나며 골반 움직임이 내 눈에는 아이돌과 얼추 비슷해질 만큼 성장했다.

영상편집도 잘해서 학급 모둠활동에서도, 일상취미로도 이것저것 활용해 엄마아빠보다 영상을 잘 만든다.


공부 빼고 세상 관심이 넘칠 때인데

한 곳만을 바라보니 힘들기도 하겠지.

모르는 건 아니다. 누구나 지나온 꽉 막혀 보이는 터널이기에

너무 잘 알지만 부모라서 지켜보다 한 마디 하면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잔소리로 해석된다.

그 시절엔 눈뜨면 학교 가고 학원 가고 집에 와서 자고 그렇게 살았는데.

무던하게 지나가면 좋으련만 벌써부터 다가올 중학생 고등학생 엄마로서 감당하게 될 버거움이 살짝 내비쳐

두렵기도 하다.


쓴맛이 있으니 단맛이 주는 행복감을 알게 되는데,

단맛만을 맛보면 진정한 단맛의 가치를 모를 텐데, 그러다 당뇨 걸리는데.

아무리 말로 한들 아직 모를 아이를 바라보며 한숨을 뒤로 숨긴 채

잘 들어주고, 얼르면서

최대한 아이가 주문하는 간식을 맞춰 대령한다.

그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 빨간 떡볶이를 팬에 넣고 지글지글 끓인다.

매운데, 매워도 안 맵다고 하며 물을 들이켜지만, 잠깐이라도 좋아라 먹는 모습에 매운 밀가루 덩어리를

아이의 입에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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