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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 Jun 27. 2023

내일부터 사장님이 출근하지 말래요...

근로기준법, 부당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2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금융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법률 교육입니다. 특히, 생활법률 중에서는 주택임대차 관련 법과 근로기준법의 핵심은 꼭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내용들이기 때문이지요. 일부 선생님들은 수능이 끝난 이후 학생들을 위해 위 2가지 교육을 진행한다고 하는데, 휼륭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근로기준법 중 아르바이트생(근로자)들이 해고될 때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만약 사장님이 휴대전화 문자로 "너 마음에 안드니 해고야.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보내면서 해고한다면 이는 법적으로 유효할까요?


여기서 법적 쟁점은 크게 3가지 입니다. ① 특별한 잘못도 안했는데(때로는 사장님의 부당함에 항의를 했을 뿐인데) 사장님이 마음대로 해고하는게 가능한지(해고사유), ② 바로 내일부터 해고의 효력이 발생하는게 가능한지(해고시기) , ③ 문자로 해고통지하는게 유효한지(해고방법)로 요약됩니다.



1. 해고사유 검토


먼저, <근로기준법>은 부당해고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위 조항의 힘은 강력합니다. 즉, 근로자가 무단결근, 횡령을 하는 등 근로자를 해고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해고가 가능하고, 그냥 고용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마음대로 해고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회사가 어려워지는 등 경영상 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따로 규정하고 있고, 능력부족 등 저성과자의 경우 판례법리가 있는데, 논의 범위를 넘어서니 스킵하겠습니다).


그런데 위 규정은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영세 사업자들이 법규를 모두 준수하기엔 큰 부담이 되는 점을 감안하여 일부 규정들의 적용을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이 때 적용면제되는 규정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도 포함됩니다.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적용범위) 법 제11조제2항에 따라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는 법 규정은 별표 1과 같다.


즉, 상시 5명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위 표에서 나열하는 규정들만이 적용되는데(위 표는 발췌본입니다. 실제 표에는 훨씬 많은 규정들이 나열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제23조 제1항이 포함되지 않습니다(위 표에서는 "제23조 제2항"만 기재되어 있고, 제23조 제1항은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제23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고용주가 특별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더라도 부당해고가 아닙니다.


(상시 근로자수 산정 방법은 영업일 평균으로 하루에 5명의 근로자가 근로하는 경우인데, 좀 복잡하니 넘어가겠습니다).


따라서 상시 근로자수 5인 이상인 사업장이라면 "너 마음에 안드니 해고야"는 법적으로 무효이나5인 미만 사업장이라면 유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① 부분).



2. 해고시기 검토


그렇다면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마" 부분은 어떨까요?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해고되더라도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고예고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한다)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2. 천재ㆍ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3.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즉, 해고를 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해야 합니다. 만약 30일 전에 통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만 합니다. 물론, 예외가 3가지 있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지만요. 앞서 살펴본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규정 표를 보면, 제26조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5인 미만 사업장에도 해고예고 제도는 적용됩니다.


따라서 만약 근로자가 3개월 이상 근로하였고, 사업장이 망한 것이 아니며, 근로자가 특별히 잘못한 게 없는 이상 사장님은 당장 해고하려면 30일 분의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합니다. 물론,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고는 유효하고, 다만 근로자는 해고예고 수당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그러므로 "내일부터 나오지 마" 부분은 상시 근로자수 5인 미만 여부와 상관없이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② 부분). 근로자는 따로 통상임금 30일 분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지요.



3. 해고방법 검토


마지막으로, 문자로 해고를 통지하는 것은 어떨까요? <근로기준법>은 해고는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③ 사용자가 제26조에 따른 해고의 예고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한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통지를 한 것으로 본다.


여기서 '서면'이란 원칙적으로 종이 서면을 말하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실제로 법원은 문자 메시지로(카카오톡 메시지 포함) 해고를 통보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한 해고여서 부당해고라고 판시한 일이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 23. 선고 2019가합826 판결). 또한, 법원은 해고통지서를 사진으로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낸 경우에도 적법한 서면 통지가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0. 6. 18. 선고 2020구합56179 판결).


다만, 이메일 통지의 경우에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다는 전제 하에, 대법원이 서면 통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401 판결

여기서 ‘서면’이란 일정한 내용을 적은 문서를 의미하고 이메일 등 전자문서와는 구별되지만, (중략) 이메일(e-mail)의 형식과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의 해고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이메일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해고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등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면, (중략) 근로자가 이메일을 수신하는 등으로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이상,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앞서 본 해고사유 등을 서면 통지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취지를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로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위에서 살펴본 표의 내용에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만일 문제되는 사업장이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면 서면 통지 규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을 경우 부당해고라고 할 것이고,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면 해고통지 방법에 제한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문자 뿐만 아니라 구두로 하더라도 유효하다고 할 것입니다(③ 요건).


이렇듯 직장이 상시 근로자 수 5인 이상이냐, 미만이냐에 따라 근로자가 보호받는 정도가 상당히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영세 사업장일수록 근로조건이 더 열악한 경우가 많은데, 법은 오히려 보호를 하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물론, 영세 사업장의 사장님의 입장도 고려하였다는 점에서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겠지만요.


어찌됐든 부당해고를 당하였다면 곧바로 노동청에 신고하여 해고시점부터 지금까지 받지 못한 임금을 모두 받아내는게 좋겠습니다. 내 권리는 내가 챙겨야 하지 않겠어요?



2023. 6. 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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