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팔짱을 끼고서 발걸음 방향을 가로채 나를 이끈다
우리는 일본 선술집으로.
너는 회전초밥을 먹고서 강을 넘어왔다. 나를 기다렸다
난 널 기다리게 했다. 의도치 않지만
너가 기다려주길 바랐다. 그럴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고.
넌 공연이 끝난 버건디 바. 큰 테이블에 덩그러니 남아 네 조그마한 몸으로 네 자릴 지키고서,
책 앞장에 무언갈 적고 있었다
난 서서 너를 잠잠이 지켜보았다
쪼그만 체구, 소녀만한 너가
품을 수 있는 공간은 심대하다 늘
난 어물쩡 거리니
넌 얼이 꽉 채워졌는지
재즈 라이브를 제대로 체험했다며 너무나 행복하다고 싱글벙글 온몸으로 찡긋 웃는다
마커스(메이커스 마크)를 마셨어. 행복해. 술 마셨어?
(절레 고갤 젓는다). 여전하네
여전해?
난 달라
달라?
응, 난 10일까지 금주야
2
결국 네 팔짱에 끼여 들어간 선술집에서 생맥주를 너와 함께 시켜 들이킨다.
난 줏대가 고갤 떨구나
너는 나를 흔들어 (나는 자리서 떠나 화장실로 향한다)
내가 널 흔들어?
뒤에서 너가 막 되뇌이는 소릴 듣는다.
너와 있음 간간이 즐겨도 될 것 같다. 널 너무 자주 보는 게 흠이 되는 것이다
분명 손빠진날 이후부터 다시 되잡을 거라 하지 않았.구나.
넌 내년부터 새로이 바뀌겠다 했다. 그건 내 어린 다짐이었구나.
우리는 그윽히 눈을 마주보고 있는다
술을 마셔서만이 아니다
나는 편안하게 널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했어.
자연스레
나를 바라보는 너를 그대로 보려했어
다른 생각들이 엉켜 떠올랐고. 없앴고. 또 불쑥 치밀면 털어낸다
오롯이 너와 함께 하기 위해.
너를 많이 좋아해. 사랑까진 아닌데. 우리가 좋은 친구로 평생 남을 수 있을 거란 마음이 들었어. 그래서 네게 힘든 얘길 많이 했었나봐
난 잠자코 경청하는 척한다. 경청을 했다. 마음 한 가운데가 무척 허한 티를 내지 않고.
너가 힘든 얘길 했었어?
3
나는 너가 화장실을 가는 사이에 밖으로 나와 찬공기를 쐰다
청량하다
넌 자리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나를 본다
잠깐 바람좀 쐴게
넌 고갤 끄덕인다.
사장님이 앉아서 담배를 태우신다
담배연기를 한가득 들이켜 숨을 내쉬고 싶다
갈등한다
사장님, 정말 죄송한데, 담배 하나만 빌릴 수 있을까요?
감사히 흔쾌히 건네주신다. 공손하게 불까지도.
원래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이제는 구차하고 실체없는 말버릇이 된 걸까)
나는 들이켜 바람을 뱉고
너가 담배곽을 손에 쥐고 튀어나가는 걸 포착한다
담배피러 가냐?!
넌 멈칫, 돌아보더니
야 (꺄르륵) 싸가지 없는 놈아! 저 사람이 넌 줄 알았어!
(내게 달려온다)
저기 비니쓰고 검정 외투를 입은 남자가 도로쪽에서 휘청거리며 서있다. 얼핏 보면 나로 볼 수도 있겠다
우린 같이 담배를 태운다.
싸가지 없는 놈. 바람 쐬러 간대매.
너한테 얘기할 때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사장님 담배 태우시는 모습 보니까 맘이 바뀐거야.
우린 서롤 빤히 보다가
안아줘.
넌 나를 올려보고 양팔을 벌리고
난 널 껴안고
긋자는 선도 부둥켜 출렁인다
4
짜식아 나중에 갚아라
넌 카드를 단말기에 꽂는다.
키를 받고 우린 해진 벽지, 까진 계단을 오른다
우리가 재작년에 들어갔던 방과는 달랐다 아쉽게도. 화장실에 그 창이 없다. 욕조에 둥둥 떠 노랠 함께 듣고 햇살이 창으로 뿌옇게 투과해 그 물기 축축한 공간을 산란시켰는데
아쉬워도 할 수 없다. 카운터의 남자는 눈빛에 날이 번들거리며 잘라내듯 답변할 뿐이다. 일고여덟시에 미리 와 그 방이 비었는지 묻는 수 밖에는 없다. 별손님들을 하도 받아 그런가. 야밤이라 더 그럴까.
칫솔도, 기본 비품이고 물이고 나발이고 재차 카운터에 묻게 만든다.
넌 또 네 마커스를 사왔고. 예쁘게 반듯하게 땋은 머리를 씻어 풀어내고, 주근깨도 씻어내고 아담하고 꽂꽂하고 아주 균형 잡힌 예쁜 몸으로 나온다.
우린 새벽 깊도록 사랑했다
5
아침에 난 부스럭대며 요란을 떤다
축 저진 몸뚱일 침대서 끌어내 드론을 분리해 충전한다
기분이 어때? 몸 컨디션?
무말랭이같아
우린 무척 수분이 필요했다.
내가 재밌는 책을 중간중간 덮듯이 너도 덮는거야?
6
나는 어제밤과 오늘 널 사랑하는 것이 보다 명쾌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