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형성기 북방 청동기 문화의 이중적 분기와 재편

by 헤론 베누

요서·요동 일대의 청동기 문화사는 단순한 계보처럼 일렬로 서 있는 직선이 아니라, 여러 흐름이 부딪히고 엇갈리고 다시 합쳐지는 복합적 지형에 가깝다. 기원전 22세기부터 16세기 사이에 강력했던 하가점 하층 문화가 소멸하고 난 뒤, 이 지역에는 일정한 공백이 생겼다. 이후 주변 집단의 소규모 이동과 재편이 일어났지만, 이를 대규모 이민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시의 변화는 기후 악화와 지역적 혼란이 겹치며 만들어진 느슨한 진공 상태에 가까웠다.


기원전 15세기 무렵 등장한 위영자 문화는 흔히 ‘혼합문화’로 설명되지만, 실제 물질문화의 구성 비중을 따지면 북방계 요소가 압도한다. 토기에서 중원계 형식이 일부 관찰되더라도, 주거·장례·청동기 구성과 같은 구조적 핵심 요소는 앙앙시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북방 문화와, 알타이–몽골 고원 서부에서 유입된 서부 초원계 전통이 결합된 북방적 계통을 뼈대로 한다. 위영자는 따라서 북방적 기반 위에 제한적으로 중원 요소가 섞여든 구조로 이해된다. 이러한 양상은 요서 지역이 이미 초원세계와 긴밀한 연결을 이룬 축 위에 놓여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같은 시기 요서에는 하가점 상층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 문화는 위영자와 공존하면서도 독자적인 성곽·거주구·토기 체계를 유지했다. 특히 석축 성곽과 성 내부의 구획 방식, 이중구연 토기 등은 위영자와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이다. 두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은 있지만, 직접적 계승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 하가점 상층은 이후 십이대영자 문화 형성에 일정한 영향을 주었지만, 그것만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기원전 9세기 이후 등장한 십이대영자 문화는 단일 기원을 가정하면 오히려 이해가 어려워진다. 요서 지역의 주가촌형은 위영자 계통과 가까워, 기존 지역 전통이 재편된 형태에 가깝다. 반면 요동의 정가자와형은 하가점 상층의 요소가 두드러지게 유지되며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인다. 두 갈래가 동시에 십이대영자 문화권으로 수렴한 것은, 이 문화가 이중기원적 성격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명칭 안에 서로 다른 역사적 시발점이 공존했던 셈이다.


이러한 이중기원 구조를 염두에 두면, 기원전 8세기 이후 요동 정가자와형이 보이는 팽창이 더욱 선명해진다. 정가자와형은 요동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독자적인 정치화 양상을 드러낸다. 산성자 계열의 성곽 전통과 결합한 결과, 일정한 중심을 가진 지역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기원전 7~6세기 무렵의 고조선 초기 정치체와 직접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북부와 만주의 초기 비파형 동검–민무늬토기 집단도 이 흐름에 속한다. 정가자와형과의 물질문화적 연속성이 분명하게 관찰된다.


이 과정에서 비파형 동검의 역할은 기술적·군사적 전파의 지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무기의 넓은 분포가 단일 정치체를 가리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다만 요동 정가자와 지역에서 꾸준히 출토된다는 점은 당시 이 지역 세력이 군사적 조직력과 일정한 지역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기술의 공통성과 정치적 동일성은 구분해야 하지만, 특정 정치화 과정에 비파형 동검이 기여한 바는 분명히 존재한다.


한편 이 시기 연나라는 이 지역에서 중요한 외부 요인이었다. 기원전 8~7세기 연의 요서 진출은 부분적으로 성공했지만, 장성 축조 이후에도 전체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다. 요서·요동 일대는 여전히 강한 자율성을 유지했다. 연 내부의 재편 과정에서 상계 출신 유민이나 변방 장인 집단이 동쪽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고조선 형성 자체를 바꾸는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당시 지역적 역학을 설명하는 하나의 환경 조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고조선의 형성은 특정 문화가 일직선으로 발전해 도달한 결과가 아니라, 요동 정가자와 계통의 연속성, 북방계 문화의 장기 흐름, 중원 세력의 압력, 지역 집단들의 자율적 재편이 서서히 집약된 결과물에 가깝다. 단일한 뿌리에서 곧장 솟아난 왕국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기반이 경쟁하고 결합하며 기원전 7~4세기 사이에 비로소 초기 정치체가 가시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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