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I 그루업 두 번째 주제 '성숙'
시월임에도 불구하고 쉬이 서늘해지지 않던 날씨가 애석했습니다. 몇 주 입지 못하는 가을 옷들을 입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웬일. 추적추적 땅을 적시던 비가 이렇게나 서린 한파를 데리고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언제쯤 입어볼 수 있을까 고대하며 방 한쪽에 걸어둔 트렌치코트는 개시도 못 한 채 다시 옷장에 집어넣어야 할 판입니다. 작년 가을을 어렴풋이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이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작년 가을 즈음의 저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한 해가 지나가기 전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에 사로잡히기도 했던 작년 가을. 한 살을 더 먹게 된다는 피할 수 없는 사실에 발버둥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죠. 그렇게 사계절이 흐르고 올해가 되어, 다시 한번 해가 바뀐다는 사실을 체감하지만 불안하거나 심란하지 않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문득 ‘나 제법 성숙해졌구나’ 깨닫게 됐죠.
성숙하다는 것은 다가오는 모든 생생한 위기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였던 프리츠 쿤켈(Fritz Kunkel)의 말입니다. ‘위기’라는 것은 모두에게 다른 상황으로 다가옵니다. 나의 선택으로 맞이하는 상황도 있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갑작스레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자 다르게 다가오는 ‘위기’의 순간들을 대처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그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돌파한 이에겐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더욱 단단하고 유연한 올곧음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성숙이라 부릅니다. '성숙' 몸과 마음이 자라 어른스럽게 됨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식물의 성숙은 무르익음을 나타내죠.
두 번째 그루업의 주제는 '성숙'입니다. 이번 그루업에서는 번듯한 직장에서 사회생활도 했지만, 마음속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스물아홉, 신학교 늦깎이 신입생으로 입학했다는 가톨릭 서울대교구 김홍주 신부님의 이야기와 출산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존재들에 대해 따스한 공감과 사랑을 배웠다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육아일기 [자식농사]의 작가 최지예 님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두 사람에게 성숙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우리에게 성숙은 어떤 의미일까요. 두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만의 성숙의 의미를 발견하고, 어제보다 맛있게 익어갈 자신의 삶을 마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2주간 두 명의 인터뷰이의 이야기가 청년뿌리 사회적협동조합 브런치와 블로그를 통해 연재됩니다.
삶의 근육을 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루업(GREW-UP)
발행 청년뿌리사회적협동조합
2021-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