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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use Oct 05. 2023

사막을 건너던 어느 청년 그리고 노인

나는 짐을 들고 형형색색의 모레 자갈 위를 떠돌아다닐 뿐 뚜렷한 형태는 없었고, 의미도 찾지 못했다. 그저 죽어가는 육체에 동태눈을 가진 채 운명이 정해진 생선이 부러울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결국 힘줄이 터진 듯 누워, 그저 망가져버린 태엽 기계가 되어버렸다.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 여행의 끝을 자발적으로 정할 그 순간에 나의 태엽을 돌려줄 중절모와 한복을 다려 입은 노신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사람은 삶에 참 많은 것이 필요하죠?'

그 순간에 나는 대답함으로써 만다라 같은 일이 일어났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대답했다.


나의 '그럴 수밖에 없다'라는 대답에 노인은 '삶 속에 소비되는 많은 것들은 가치에 대가를 지녔지만 말이에요, 사람들은 흔히 대가에 가치를 지닌다고 착각해요.'


어찌 노인은 나를 한 번에 알아봤을까 하지만 나는 나의 상황에 심술이 나서 조금 부정하고 싶었다 '그래도 대가가 지니는 가치도 가치이지 않을까요?'


노인에게 나의 대답이 어디에서 읽혔던 것일까 아니면 나의 입장이 되어보았던 것일까 곧이어 노인은 나에게 온화한 말로 나를 가르쳐 주었다.'바탕이 되는 것이 유한하다면 끝내 희미하게라도 불탈 수 할 수 있지만, 무한한 건 시작부터 없는 거예요.'


노인의 말에 나는 힘이 자동으로 풀리는 듯 손을 펴 모든 것을 강에 흘려버렸다 그리고 나는 지켜보았고 노인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의 모습을 이용하여 과거의 미련을 위해 지금을 부정하고 싶었고 결국에는 노인이 알지 못할 내가 입은 옷에 대해 열중해 설명하며, 이 옷에 대단한 매력을 설파하듯 쏘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이긴 듯한 괜한 성취감이 아닌 울분을 토해낸 듯한 느낌만이 감돌았다. 그리고 내 말을 다 듣어준 노인은 끝내, '거 그 옷에 고안된 디자인은 참 고상하구먼 또 세상사는 삶에 그 옷하나만 있어도 되는 거 아닌가?'라는 말을 하며 나의 옷이 아닌 나의 몸을 손으로 가리켰다.


순간 나는 알아차렸다. 나는 변해야 하는 존재임을 무엇이 안다고 알아차렸음을 착각하며 살아왔음을 알아차렸다는 것을 말이다. 나의 어떤 점이 나를 이리 일으켜 주려 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 갑작스레 입을 떠내려는 순간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옷들이 택배 포장하던 중 잠든 낮잠에서 깨어나게 되었고, 최근 미니멀한 삶을 사는 중에 가진 옷 몇 가지만이 걸어진 곳에 시선이 가게 될 뿐이었다. 그리고 방을 우연히 지나치전 아버지는 보시곤 "친할아버지는 사람 사는 데에 참 많은 것은 불필요하다고 했어 그리고 몸소 그렇게 사셨지, 옷도 중절모 하나만 쓰시고 말이야 말 그대로 신사였다, 근데 말이야 네가 할아버지를 참말로 제일 많이 닮았어. 네가 이제 정리하면서 뭔가 알아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나는 꿈에서 만난 그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만다라처럼 무에서 유로 하지만 다시 무로... 돌아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가치를 품은 무의 바탕으로 돌아갔다. 바탕에 유한한 것의 시작은 끝내 희미하게라도 불타지만 무한한 것은 처음부터 없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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