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 공부는 왜 해야 돼?

by 남상석

학생들은 학교에서 여러 갈등을 겪는다. 친구 관계, 따돌림, 진로 문제도 함께 겪는다. 그러나 이 장에서는 가장 자주 반복되는 갈등, 공부하는 이유에 관한 갈등을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공부는 이유와 선택이 계속 어긋나는 자리다. 학생들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이 곧바로 자신의 선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해야 한다는 압박은 느끼지만, 그 기준이 아직 자기 안으로 옮겨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이에서 갈등이 생긴다.

초등학생은 이렇게 묻는다.
“이거 꼭 해야 돼?”
“숙제니까 해야지.”
“근데 재미없어…”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되면 말이 달라진다.
“이거 왜 해야 돼?”
“내신 들어가잖아.”
“쓸 데 없는 걸 꼭 해야 하나.”

대학생의 경우 전공과 관련한 갈등이 나타난다.
“이 전공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끝내는 게 낫지 않아?”
“졸업은 하겠는데… 이걸로 일할 자신은 없어.”

설득은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과정이다. 갈등은 여러 기준이 동시에 움직이는 상태다. 생각은 여러 갈래로 나뉘고, 판단은 쉽게 모이지 않는다. 이때 설득은 흩어진 생각을 하나로 모아, 스스로 선택으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으로 작동한다. 감정이 닫히지 않도록 하고, 서로 믿고 들을 수 있게 하며, 왜 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이 흐름이 이어지지 않으면, 설득은 어느 순간 멈춘다.

“알겠어요. 근데 그냥 하기 싫어요.”
“맞는 말인 건 아는데, 지금은 못 하겠어요.”
“어차피 해도 안 될 것 같아요.”
“그냥 시키는 대로 할게요.”

이 상태는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감정이 먼저 닫히면 설명은 들어와도 이어지지 않는다. 이해에서 멈추면 납득은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포기하면 판단 자체가 멈춘다. 겉으로 따르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선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갈등은 생각의 흐름이 끊어진 문제다. 설득이 멈춘 자리는 그대로 남아 있지 않는다. 그 자리는 다른 방식으로 채워진다.
“그냥 하라고 하면 하면 되지.”

가정에서도 다르지 않다.
“부모가 하라면 하는 거야.”
“말대꾸하지 마.”

이 말들은 설명이 이어지지 않는 자리에서 등장한다. 이해를 만들기 위한 말이 아니라, 방향을 정리하기 위한 말로 바뀐 것이다.

학교에서는 이 자리가 규칙으로 채워진다.
“지금은 말하지 말고 하세요.”
“이건 교칙이니까 따라야 합니다.”

규칙은 설득이 멈춘 자리에서 행동을 정리해 준다. 하지만 규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학생은 따르기는 하지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겉으로는 질서가 잡히지만, 생각은 이어지지 않는다.

“해야 한다”는 말은 “해 보겠다”는 선택으로 옮겨갈 때 의미를 갖는다. 규칙은 행동을 멈추게 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선택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규칙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교칙으로 멈춘 자리에서 다시 설명이 이어져야 한다.

공부에 관한 갈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갈등 속에서도 생각이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흐름을 끊지 않는 일이다. 그 흐름이 이어질 때, “해야 한다”는 말은 “해 보겠다”는 선택으로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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