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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Jul 03. 2023

무리 행동(herd behavior)

무리 행동과 예수 처형

         무리 행동이란 한 무리의 동물이 모였을 때, 그 무리나 떼 속의 개체들이 집단으로 나타내는 행동을 말한다. 동물의 무리나 떼를 표현하는 영어단어들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새 떼는 ‘flight’, 개미 떼는 ‘colony’, 벌 떼는 ‘swarm’, 사슴 무리는 ‘herd’, 개 떼는 ‘pack’, 독수리 떼는 ‘convocation’, 물고기 떼는 ‘school’, 암탉 무리는 ‘brood’, 캥거루 무리는 ‘troop’, 올빼미 떼는 ‘parliament’, 소 떼는 ‘drove’, 양 무리는 ‘flock’ 호랑이 떼는 ‘ambush’ 등이다. 영어에는 약 100 여 가지 동물의 무리/떼를 지칭하는 다양한 단어가 있다. 이러한 표현만 보더라도, 동물이 무리로써 나타내는 독특한 무리 정신과 무리 행동이 있음은 짐작할 수 있다. 무리 정신 또는 무리 행동은 무리의 먹이 사냥, 보호, 번식을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새 이동

         철새들은 무슨 훈련을 거치거나, 법령, 지도서를 가지고 무리 지어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한 무리가 되어 이동할 때, 일정한 행동양식이 관찰된다. 철새들은 서로가 너무 가까이 날거나, 너무 멀리 떨어져 날지 않으려는 본능이 있다. 대부분 새가 무리를 지어 날아갈 때,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행동 양식은 다음과 같다.  

 개체로서의 새는 서로 너무 가까이하여 날지 않고 적절한 간격을 유지한다.   

 개체로서의 새는 다른 새들이 날아가는 방향과 맞추어 날아간다. 자기 주변에 있는 6-7마리의 새들의 방향을 보고 자기의 방향을 결정한다.  

 개체로서의 새는 무리에 가까이하기를 원한다. 무리로부터 떨어지지 않도록, 무리 가까이 이동한다.

늑대 떼

         늑대들은 본능적으로 무리의 안전과 먹이 사냥을 위해서 떼(pack)를 이루어 생존한다. 늑대 떼는 지도자 격인 알파 수컷, 암컷 한 쌍을 포함한 3~7 늑대들로 이루어진다.  무리 속에는 베타, 감마 서열의 늑대들이 있지만, 알파 수컷이 무리를 위한 결정을 하고, 나머지는 그 결정을 따른다. 알파 수컷은 언제, 어디로 가서 사냥할지를 결정한다. 그는 제일 좋은 잠자리와 건강한 암컷을 차지한다. 떼거리의 질서를 따르지 않는 늑대는 공격당하거나 쫓겨나기도 한다.

까마귀 떼

         야생에서 보통 큰 동물이 작은 동물을 공격한다. 하지만, 가끔은 작은 동물이 떼를 이루어 큰 동물을 공격하거나, 해코지한다. 자연에서, 작은 까마귀 떼가 공중의 왕으로 알려진 독수리를 공격한다. 저자도 한 무리의 까마귀 떼가 독수리 한 마리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공격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까마귀 떼는 독수리의 등에 타기도 하고, 머리를 쪼거나, 깃털을 뽑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보호한다.

이뿐만 아니라, 그림에서 보듯이, 작은 까마귀들이 서로의 등에 올라타고서, 자기보다 두세 배 크기의 레이븐을 공격하기도 한다.

인간의 무리 행동

         인간은 사회를 이루어 그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 속에서 다양한 단체를 형성하여 집단행동을 한다. 이러한 이성적인 집단행동은 종교, 정치, 노동, 예술, 체육 분야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비슷한 본능적인 무리 행동을 나타내기도 한다. 본능적인 무리 행동이라 하여, 다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려움과 공포에 근거한 무리 행동은 상당히 파괴적이고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면, 피난민 대열, 폭동, 투기 열풍, 등이 그렇다.   

전체 공포(Collective Fear)

         전체 공포는 한 동물 집단이 전체적으로 느끼는 공포이다. 특히, 동일 집단에 속하지 않은 개체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느끼는 배타적인 감정과 행동을 설명하는 말이다. 전체 공포는 두 가지 형태의 행동을 유발한다. 첫째는, 한 무리에 속하지 않은 개체를 따돌리는 행동이다. 때에 따라 따돌림은 사납고 공격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둘째는, 한 무리에 속하지 않은 개체를 피하여 도망하는 행동이다. 사람이 오리나 비둘기와 같은 새 떼에 접근하면 이들은 전체 공포를 느끼고 사람을 피하여 도망하게 된다. 전체 공포는 이민, 이주, 정치 문화와 관련된 인구이동 현상을 설명해 준다.

홍콩인 이주

         1997년 7월 1일 영국이 홍콩식민지 행정을 끝내고 주권과 통제를 중국으로 이양하였다.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이 되었고 행정과 경제조직을 중국 본토와 별도로 운영하여 왔다. 홍콩의 주권 이양으로 생겨난 공포 때문에, 많은 홍콩인들이 홍콩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였다. 전체적으로, 약 50만 명의 홍콩인들이 캐나다와 호주 등 다른 나라로 이주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주가 절정을 이룬 1992년에는 한해 전체인구의 약 1%인 6만 6천 명이 다른 나라로 이주하였다.

         최근 홍콩사태로 인하여 다시 홍콩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사저널(2021, 4, 27)은 홍콩 민의연구소가 실시한 한 조사 내용을 보도했다. 2021년 3월 15~18 사이에 온라인을 통해 5,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내용이다. 응답자 중 20%는 ‘영원히 홍콩을 떠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고, 2%는 ‘이미 이주 작업을 마쳤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42%는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떠날 수 있다’며 이민 의사를 드러냈다. 오직 27%만 ‘어떤 상황이 오든 홍콩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66%가 홍콩을 떠날 계획이거나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에베소 소요와 소란  

         바울의 전도로 말미암아, 소아시아 지역의 많은 사람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 믿게 된 사람들은 첫째로 우상숭배를 멀리하게 되었다.  특히, 에베소란 도시에서 예수를 믿게 된 사람들은 아르데미스란 다산(多産)의 여신상을 버리게 되었다.  이에, 공포를 느낀 데메드리오라는 한 세공업자가 직공들과 동업자들과 함께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선동하였다. 그는 “우리는 아르데미스라는 다산의 여신상 모형을 만들어 에베소 사람들에게 좋은 수입원이 되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바울이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라 하니 우리의 수입원이 없어질 뿐 아니라, 여신 아르데미스의 신전도 무시당하게 되었다”라고 주장하였다.  

         이러자, 에베소 시민들은 소요와 소란을 일으켰다. 온 에베소 시민들은 격분하여 데메드리오 등의 선동에 따라 ‘에베소의 여신 아르데미스 만세!’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 소리와 함께 온 도시가 소요에 빠졌다. 무리는 바울의 일행 두 사람을 붙들어서 떼를 지어 원형극장으로 몰려갔다.  무리가 외치며 어떤 이는 이런 말을 어떤 이는 저런 말을 하였다.  많은 사람은 왜 사람들이 모였는지도 알지 못하였다.  소요는 몇 시간  이어졌고, 결국 에베소 시장이 나서서, 군중을 진정시키고 해산시키게 되었다.

무리 행동과 예수 처형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이 회의를 열고 결정하여 예수를 결박하고 끌고 가서 빌라도 총독에게 넘겨주었다. 이들은 빌라도에게 강도 바라바를 석방해 주고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할 것을 요구하였다.  총독 빌다도는 아내의 권유도 있고 하여서, 예수를 놓아주려고 애썼다. 그런데, 대제사장들과 그 부하들이 군중을 선동했다. 무리가 한 목소리로 “예수를 없애고 바라바를 놓아주소서”라고 외쳤다. 빌라도가 예수를 놓고자 하여 다시 그들에게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무리는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라고 소리 질렀다. 빌라도가 세 번째 “이 사람이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나는 그에게서 죽일 죄를 찾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무리는 다시 큰 소리로 재촉하였고, 무리의 소리가 이겼다.

         빌라도는 소요나 폭동을 두려워하였다. 오히려 폭동이 일어나려는 기세가 보였으므로 물을 가져다가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나는 이 사람의 피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라고 말했다. 무리는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지겠습니다."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빌라도는 예수를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형에 처하라고 내어주었다.

         총독공관에 주둔하던 병사들이 예수를 조롱하였다. 병사들이 가시관을 엮어서 예수의 머리에 씌우고, 자색 옷을 입히고 그에게 무릎을 꿇으면서 경배하고 “유대인의 왕 만세”라고 조롱하였다. 그리고 갈대로 예수의 머리를 치고 침을 뱉기까지 하였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모욕하여 말하기를 “아하, 성전을 허물고 사흘 만에 짓겠다던 사람아, 자기나 구원하여 십자가에서 내려오려 무나!”라고 말했다.  모두 큰 무리, 작은 무리로서 행한 일이다. 예수 처형이란 무리 정신을 이끌고 선동한 사람들은 백성의 지도자들이었다.

         이에 반해, 현장에서 예수의 죽음을 안타까이 지켜보던 소수의 사람이 있었다.  예수의 어머니와 제자 요한도 슬픔에 겨워 예수의 죽음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갈릴리에서부터 따르며 섬기던 여자들도 멀찍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막달라 마리아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도 이 일을 지켜보았다. 예수의 십자가형을 지켜보던, 로마 군대의 한 백부장은 “참으로 이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라고 혼자 말로 되뇌었다. 백성의 존경을 받는 의회 의원이었던 요셉은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어 달라고 대담하게 요청하였다. 그는 예수의 시신을 수습하여서 자신의 무덤에 안장하였다. 이들은 모두 거룩한 영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단체, 조직, 모임은 특정한 정신, 가치, 목적을 지닌다. 만약, 어떤 개인이 확인 가능한 단체에 가입하면, 그 개인은 회원으로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을 갖게 된다. 개인은 자기 행동을 사회적 정체성에 맞추어 조정한다. 단체는 개인의 행동을 단체의 정신, 가치, 목적에 맞출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백성의 지도자들은 소속한 단체나 모임으로부터 명예와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어부, 목수, 농부, 세리, 죄인들은 예수를 하느님으로부터 온 분으로 믿고 받아들였지만,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를 없이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다. 이들은 자신들이 누리던 영광과 특권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예수를 시기하였다. 결국, 그들은 무리를 선동하여 ‘십자가 처형’이란 판결을 빌라도 총독으로부터 받아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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