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눈길, 개척 산행에 관하여
숫처녀
숫총각
에 붙은 '숫'
그 숫이란
‘더럽혀지지 않아 깨끗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그 길은 숫눈길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산 깊은 길을 걸었다.
앞장서 가는 대장을 따라
그 발자국을 따라
나도 함께 걸었다.
9부 능선 어디쯤에서
감히 앞장서고 싶었다.
숫눈길에 나도 길을 내보았다.
내 발자욱을 따라 말없이 뒤따르는 사람들
내가 걸어서 길이 된다는 건 설레고 두려운 일이었다.
모든 감각을 모아
길이라 믿는 곳으로 걸었다.
숫눈길이 말을 걸었다.
'이보게, 체력 제법이야, 능선 아닌 곳에선 앞장서지 말게'
내가 앞장서기 전에
이미 두 사람은 개척 산행을 했었다.
그 두 사람이 있어
나도 객기를 부렸다.
정상에서 얻은 풍광도 동지들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