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뎅값을 내신 내고 떠난 사람
추운 날씨에 따뜻한 국물이 땡겼다. 오대산 월정사 주차장에 있는 오뎅 가게. 꼬치에 간장을 발라 먹고, 진하게 우러난 국물에 감동하며 '막걸리도 땡기는군요' 했더니 옆에서 오뎅을 드시던 분이 '운전을 하려니 소주를 마실 수도 없고'라시며 맞장구를 친다.
나보다 대여섯 살 위로 보였는데, 오대산 등반을 마치고 따끈한 오뎅 국물에 몸을 녹이니 극락이 따로 없다며 추임새를 넣는다.
'아주머니, 이거 한 꼬치에 얼만가요?' '네, 천오백 원입니다.'
옆 분은 세 꼬치를 드셨고, 나는 두 꼬치를 먹었다.
옆 분은 '서울까지 가야 하니 이만 가겠습니다.' 하고 만 원 짜리 한 장을 주인 아줌마께 내밀었다.
그러더니 '옆에 분 것도 같이 계산하세요.'라며 나를 쳐다본다.
어어? 나는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아이쿠! 이거 처음 뵙는 분인데,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담스럽습니다.' 그랬더니 '서울까지 가는 동안 저한테 좋은 일이 있을지 어떻게 알아요.'라시며 걸음을 재촉한다.
'새벽에 좋은 꿈을 꾸었는데, 이럴려고 꾸었나 봅니다.' 답례했더니 환하게 웃음짓고 떠나셨다.
처음 뵙는 분이 3천 원어치 오뎅값을 내 대신 내주셨다.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인지라 기묘한 상황을 곱씹고 되씹어 봤다.
내가 그리도 없어 보였나? 분위기 상 그건 아닐 테고, 그래, 사람이 지닌 격과 결이겠지. 인격과 마음결이 고운 분일 거야.
스쳐 지나가는 인연 속에 무엇 하나 허투루 대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위해 당신처럼 기분 좋게 선심 쓰는 날 있으리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