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를 쉽게 설명하는 변호사
0이 무려 23개나 붙는 ‘6.02 × 10²³’. 이 거대한 상수의 이름은 '아보가드로수'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사과 한 바구니, 연필 한 다스 같은 ‘묶음 단위’를 사용한다. 원자나 분자도 마찬가지다.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입자를 하나하나 셀 수는 없기에, 과학자들은 덩어리로 묶어 세기로 했다.
그 한 묶음의 이름이 바로 '몰(mol)'이다. 몰이라는 단위를 구성하는 개수가 아보가드로수이며, 아보가드로수만큼의 입자가 모인 집단의 단위가 바로 '1몰(mol)이다.
그런데 왜 1몰을 구성하는 입자의 개수는 깔끔하게 1억 개나 1조 개가 아니라, 하필 ‘6.02 × 10²³’이라는 복잡한 숫자가 되었을까?
그 이유는 이 숫자가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원자 1개의 질량은 너무 가벼워서 우리가 가진 저울로는 도저히 잴 수 없다. 원자 세계의 기준인 ‘탄소’를 예로 들어보자.
탄소 원자 1개의 무게는 측정조차 어렵지만, 이를 ‘6.02 × 10²³’개만큼 모으면 정확히 우리 손바닥 위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12g’이 된다. 여기서 숫자 ‘12’는 탄소가 가진 고유의 원자량과 일치한다.
본래 원자량은 탄소-12를 기준으로 정한 ‘상대적인 질량값’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g’이나 ‘kg’ 같은 물리적 단위를 붙일 수 없는 순수한 숫자일 뿐이다.
결국 아보가드로수는 원자량이나 화학식량이라는 추상적인 수치 뒤에 ‘그램(g)’이라는 현실의 단위를 곧바로 붙일 수 있께 해주는 마법의 상수다. 이 정교한 가교가 있기에 우리는 비로소 보이지 않는 원자의 세계를 현실의 무게로 치환하여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반전이 하나 등장한다. 정작 이 숫자의 주인공인 아메데오 아보가드로는 생전에 이 숫자를 본 적도, 계산한 적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원자의 정확한 개수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렇다면 왜 본 적도 없는 숫자에 그의 이름이 붙었을까? 19세기 초, 아보가드로가 던진 혁신적인 가설 때문이다.
“같은 온도와 압력이라면, 기체의 종류가 무엇이든 같은 부피 안에는 똑같은 개수의 입자가 들어 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통찰이었다. 기체의 부피와 입자의 개수를 연결하는 생각의 문을 처음으로 열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시대의 기술로는 원자의 크기나 질량을 정밀하게 측정할 방법이 없었기에, 그는 입자가 ‘많다’는 것은 알았어도 ‘정확히 몇 개인가’는 답하지 못했다. 이후 수많은 과학자가 대를 이어 연구한 끝에 비로소 ‘1몰에 들어 있는 입자의 개수’를 정확히 계산해냈다.
과학계는 기체의 법칙을 처음으로 예견하며 길을 닦았던 아보가드로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이 거대한 상수에 그의 이름을 헌정했다. 아보가드로는 비록 숫자를 직접 계산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던진 질문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원자의 개수를 상상의 영역에 가둬두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