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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 Jul 11. 2023

워킹맘이라도 밥은 직접 해줄 거야

네가 잘 먹어주기만 해도 행복해서

도아야, 네가 이유식을 먹기 시작했을 때, 나는 얼마나 두근거리며 설렜는지 모른다. 주방에서 사부작사부작 거리며 요리하는 걸 좋아했던 나였기에, 내가 한 요리를 네가 먹는다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들떴었다. 나는 칼, 도마, 이유식 조리기까지 모든 주방용품들을 하나하나 고르고 구매하는 그 모든 과정까지 즐겼다. 


그렇게 두근거리며 만들어본 첫 이유식은 10배 죽 쌀미음이었다. 참 별 것 아닌 쉬운 것에도 정성과 진심을 더했다. 식탁을 탕탕 두드리며 더 달라하던 네 모습이 아직도 그려진다. 너는 아기새 마냥 입을 쩍쩍 벌리며 내가 주는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을 열심히 받아먹으려 애썼다. 아마 처음 느껴보는 식감에 재밌어했던 것 같다. 그리고 유아식으로 넘어가서도 너는 참으로 잘 먹어주는 아이에 속했다. 


물론 그럼에도 밥을 먹인 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 나는 너무 즐거웠다. 요리를 잘한다는 분들의 SNS를 찾아보며 노트하고, 유아식 책을 보며 공부해서 레시피대로 너의 음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네가 '완밥'했을 때는 정말로 행복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하고 처음 느꼈다. 그것은 마치 내 사랑이, 나의 진심이 너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하나의 증거 같았다.


하지만 낮에는 일하고 저녁엔 독박 육아를 해야 하는 나에겐 요리는 말 그대로 욕심이었다. 그래, 나는 이유식도 유아식도 만들 시간이 없는 워킹맘이었다. 그럼에도 너에게 직접 밥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나는 이내 잠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물론, 퇴근 후에 너를 혼자 놀게 하고 만들 수 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직접 만든 밥이 좋다 해도, 너에게 있어서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그것이 중요하고 좋을 리 없었다. 나는 아침엔 출근해서 일을 했고, 저녁엔 퇴근하고 네가 잠드는 시간까지 너와 책을 보고 산책을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식사까지 끝난 네가 11시쯤 완전히 잠들고 나면 그제야 집을 정리했다. (정말 늦게 잠드는 아이에 속했다.) 그리고 나서야 너의 밥을 만들었다. 매번 3일치씩 만들었는데, 국 3개 반찬 8개 정도를 만들고 주방 정리까지 하고 나면 언제나 족히 새벽 3시는 되어있었다. 그것조차 네가 통잠에 어려워하고 새벽에 깨 울기라도 하면 해 뜨는 것까지 보는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다 만들어 놓고 나서 냉장고를 보며 네가 잘 먹을 거라고 생각을 하면 나는 다 괜찮아졌다. 갈수록 더 맛있고 더 다양한 음식들을 해줄 날들이 더욱 기대되었다. 잠이 부족해서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마음만큼은 참으로 풍족했고 행복했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시판이 얼마나 좋은데 왜 사서 먹이지 않는지 묻곤 했다. 음, 그래 어쩌면 나의 집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어렸던 너를 시터님께 맡기고 회사에 출근했다는 죄책감에, 너와 시간을 많이 보내주지 못하는 엄마라는 무거운 마음에 나는 그렇게 내 마음을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워킹맘이라고 해서 내가 너를 위해 무언가를 '덜'하진 않는다고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도아야, 엄마는 너를 두고 출근하는 미안한 마음을 이런 식으로 해소하고 있나 보다. 어쩌면 너는 엄마를 그리워 한 그 시간들을 나 혼자 이렇게 해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래도 도아야, 엄마는 이것이 너를 위한 엄마의 최선이라고 믿는다. 그래, 나는 오늘도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해 요리를 할 것이다. 너에게 밥을 지어주는 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도아야 나는 네가 잘 먹어주기만 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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