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결혼식 1인분 축하요

by 과학자미뇽

같은 급식 받아먹던 중학생 시절부터. 같은 공식 받아적던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서로 다른 방식대로 흘러가는 세월일지라도., 같이 급식 먹으러 가던 중학생 때처럼, 같이 공부하러 가던 고등학생 때처럼. 그리고, 같이 한 잔 하러 가던 한창일 때처럼. 지나간 그때였어도. 다가온 이때에서도. 훗날의 언제까지도. 언제라고 할 것 없이,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언제나 다름없을 나의 친구여. 때로는 밥친구로, 때로는 술친구로. 이제는 이랬다고 한 입 하러. 저제는 저랬다고 한 잔 하러. 이런 날이든, 저런 날이든, 허구한 맨날 같이 놀고먹고 하던 단짝친구, 나의 벗이여. 같이 급식밥 받아먹던 중학생 때도, 같은 학원길 왔다갔다 하며 같이 떡볶이니 튀김이나 순대니, 치킨 햄버거, 피자 같은 거 사먹고 다닌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치른 수능시험에서 사이좋게 말아먹은 날 밤새도록 짠치던 탈락의 고배 털어마시던 때와, 같이 재수시작하자며 아침부터 만나 잠깐 카공하다가 잘 안 풀려서 머리 좀 식힐 겸 딱 한 잔만 하려던 술이 두 잔이 되고, 세 잔이 되고, 그냥 꽐라 될 때까지 죽자고 술 퍼마신 다음 날엔 “아 죽겠다.. 야 라면 좀 끓여와라”, “나도 죽겠다.. 니가 좀 끓여봐” 치열한 공방 끝에 끓인 라면국물에 찬밥 말아먹을 때. 그것도 안 되면 해장은 해장술이지 하고 팔팔 끓는 순대국밥에 소주 한 잔 하곤 했던 한창이었을 때가 여전히도 엊그제만 같은데. 결혼이라니. 게다가 그냥 밥이나 한 끼 먹으러 오래서 오랜만에 옛날갬성대로 갈비탕에 공기밥 한 그릇 정도 주려나 생각했지만. 우아.. 이게 다 뭐냐..? 결혼식탁 자리에 앉자마자 웨이터 분께서 “식전 빵으로 구운 크로와상입니다.”부터 시작해 “아보카도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차이브를 곁들인 옥수수 크림수프, 미디엄웰던으로 익힌 호주산 1등급 소고기 안심살, 거기에 이태리 브를로 와인소스를 곁들여 왕새우 관자버터구이와 메쉬드 포테이토, , 아스파라거스로 가니쉬한 어쩌고저쩌고 스테이크”(이름도 고오급 레스토랑적이라 암기 못했음.) 등등 눈을도 멋있고, 입으로도 맛있게 펼쳐지는 초호화 코스요리들의 향연까지, 말그대로 아주 그냥 예술이더라.. 그런데 여기가 결혼식장인지 미슐랭 식당인지조차 모르겠을 정도로 진짜 맛있게 먹고 간 결혼식사라서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던 거.

“짜식, 잘 살아왔구나. 멋지다, 내 친구. “


같이 급식 먹으러 갔던 학창시절 때부터, 학식 먹으러 갔던 대학시절을 지나,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까지. 무수히 많은 시도들, 시도때도 없는 수많은 실패들 너머 이렇게나 멋진 오늘이 되었구나. 마음 같아선 그렇게나 붙어다녔던 그때처럼 밥 먹듯이, 술 먹듯이, 자주 안부했었어야 했는데.. 나도 정신없이 현실을 살아가다보니 마음처럼 여유가 질 안 나더라.. 그래도 오랜만에 보게 된 얼굴조차 어제 만난 것처럼 반갑게 웃으며 맞이해주는 내 친구야. 앞으로의 길을 함께할 예쁜 신부님이랑 이렇게 멋있고, 맛있는 결혼식까지 치를 수 있던 것은, 그렇게까지 할 수 있도록 그만큼 너가 열심히 살아왔단 거겠지??! 수많은 시간들을 헤쳐나가 지금 이 순간,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고생했고, 대견하다, 자랑스러운 내 친구여. 그리고 지금껏 그래왔듯 알아서 잘 하겠지만, 신부님 상당히 미인이시던데, 너 더 잘 해야 한다 진짜..?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여보님 하는 말씀에 걍 “네” 하고 순종하면 결혼생활 순탄해진다거든? 이쁜 사람이 한 말은 그게 다 인생의 진리니까 그냥 토달지 말고 그대로 이행하되 지금까지 한 것보다 몇 곱에 곱절씩은 더 사랑해서 신부님 편안하시게 풀코스로 깍듯이 모셔라. 그럼 멋진 신랑, 예쁜 신부 앞으로도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아가길 바라며,


“여기 결혼 1인분 곱빼기로 까득 축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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