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성숙의 과정
아이의 하얀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두 개의 볼이 작고 붉은 사과처럼 보였다. 아이의 볼에 내 얼굴을 대 보았다. 얼굴이 뜨거웠다.
“감기인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내가 이마에 주름을 지으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놀이방 아이들 사이에 감기가 퍼졌다는데, 여민이도 거기에서 걸린 것이 아닐까?”
코가 막히는지 아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작은 손등으로 코를 문질렀다. 손가락으로 콧구멍을 후벼보기도 하지만 숨 쉬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잔기침을 하는 아이의 입이 하얗게 말라 있었다. 코가 아닌 입으로 숨을 쉬는 것이 분명했다. 물로 입 주변을 적셔주고 손으로 콧볼을 문질러 꽉 막힌 코를 뚫어주려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흥, 흥 해봐.”
내가 코에 손을 대고 본보기를 보여주며 코를 풀게 했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답답한지 아이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여전히 입으로 숨을 쉬며 칭얼댔다. 비공 근처에 코와 코딱지가 뭉쳐 있는 것 같았다.
“어떡하지?”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적당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코를 내 입으로 빨아주면 어떨까?’
아이에게 입을 벌리게 했다.
“아, 하고 입을 벌리고 있어. 아빠가 코를 빨아볼게.”
아이의 인중과 콧잔등 그리고 볼 사이에 내 입을 밀착시켰다. 코로 숨을 크게 내쉰 다음 입으로 아이의 코를 힘껏 빨았다. 짭짤하고 물렁한 작은 굴 덩어리가 입 안으로 빨려 나왔다. 코와 코딱지였다. 빨고 내뱉기를 서너 차례 반복했다. 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다시 아이 코에 입을 갖다 댔다. 어미 소가 송아지 털을 핥듯이 혀로 작은 콧구멍을 문질러 보았다. 아직도 말라붙은 코딱지가 남아 있었다. 혀로 코와 코딱지를 문질러 부드럽게 만들었다. 입술로 콧볼을 누르면서 마지막으로 코를 빨았다.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숨을 쉬는 데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아이가 코로 숨을 내쉬었다. 아이를 들어 올려 꼬오옥 껴안았다.
신성(神性)은 어디에 있을까? 신성이 구현된 바로 거기에 신성이 있다. 신성은 어디에서 구현되는가? 일상적인 삶 속에서 구현된다. 신성의 특징은 무엇인가? 세속적인 이해관계를 뛰어넘은 순수한 사랑이다.
불교에서는 이를 ‘삼륜청정(三輪淸淨)’이라고 표현한다. 사랑을 주는 사람의 마음이 깨끗하고, 받는 사람의 마음이 깨끗하며, 주고받는 것이 깨끗할 때,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공덕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바로 그 지점이 성(聖)스러운 곳이고 신성의 영역이다. 무주상보시 즉 극락이다. 사랑 즉 천국이다. 손익을 따지고 경쟁하는 마음이나 아낌없이 베푸는 마음이나 모두 마음이다. 그 마음을 탐욕에서 사랑으로 돌릴 때, 인성은 성숙하고 신성이 실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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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몸을 벗어나면 자아(自我)를 키워야 한다.
자아가 성숙한 뒤에는 자아를 버려야 한다.
자연과 내가 서로 다름을 알면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산이 더 이상 산이 아님을 안 뒤에도
역시 산은 산임을 알아야 한다.
인성(人性)이 없으면 신성(神性)도 없다.
인성은 신성을 품고 있다.
인성과 신성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