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을 자고도 피곤한 이유, 진짜 휴식이 필요해
예전에는 주말이나 쉬는 날이면 침대 위에서 반나절을 보내기가 일쑤였다. 10시간 넘게 자고 일어나도 "잘 쉬었다"는 개운함보다는, "나,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라는 자괴감과 한심함이 밀려오곤 했다. 물리적인 멈춤이 곧 온전한 휴식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 다시 워킹맘의 삶을 시작했다. 정해진 업무 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무너져 있던 내 생활에 건강한 리듬감을 불어넣었다. 기분 좋은 변화였다. 무엇보다 일하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엄마'가 아닌 사회인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삶에 활력이 생기자 자연스레 "어떻게 하면 주어진 시간을 더 보람차게 쓸 수 있을까?", "오프날에는 어떤 취미를 가져볼까?"라는 건설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얼마 전 운명처럼 만난 것이 바로 '트레일러닝
이었다. 지금은 이틀에 한 번씩은 꼭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산길을 달린다.
단순히 누워서 시간을 '때우던' 과거의 주말과는 차원이 다르다. 몸은 고단할지 몰라도,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맑게 깨어난다. 나는 이것을 '능동적인 휴식'이라 부르고 싶다.
나에게 능동적인 휴식이란, 그저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에 나의 시간과 열정을 쏟는 것을 의미한다. 몰입하는 즐거움 속에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달리고 난 뒤 밀려오는 그 묵직하고 뿌듯한 성취감. 그것이야말로 다음 한 주를 살아갈 가장 강력한 재충전의 에너지가 된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전략적 게으름'을 피우기도 한다. 10시간 정도 푹 자고, 집에서 뒹굴거리며 에너지를 보충하는 날이다. 물론 이때도 무작정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다. 잠을 푹 자고 난 후, 전날 미리 정해둔 넷플릭스 영화나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맛있는 점심 메뉴를 배달시켜 즐긴다. 미리 계획된 휴식은 무작정 누워있을 때보다 시간을 훨씬 '잘 보낸' 느낌을 준다. 이것 또한 다른 스타일의 '능동적 휴식'인 셈이다.
또 가끔은 혼자 영화관을 찾는다. 보고 싶은 영화가 상영하면 티켓을 예매하고, 좋아하는 말차 프라파치노를 테이크 어웨이해서 영화를 본다. 나 홀로 영화를 즐기니, 상대방에게 맞출 필요 없이 온전히 영화에 몰입할 수 있어 좋다. 이렇듯 나는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재충전한다.
요즘은 이렇게 짬짬이 내 경험을 녹여내는 글을 쓰는 게 또 다른 즐거운 취미가 되었다.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책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꺼번에 많이가 아니어도 좋다. 하루에 4페이지, 아니 하루에 2페이지라도 좋다. 그저 내 정서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뭐든 욕심이 과하면 탈이 되는 법, 삶을 단순하게 가져가며 몸 건강과 함께 마음 건강도 같이 돌보려 한다.
내가 사는 멜번은 특히 '커피'가 유명하다. 로컬 특유의 멋진 까페가 이곳저곳에 참 많다. 그런 곳들을 저장해놓고 시간 날 때마다 방문해보려는 게 나의 소소한 계획이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은 한정적이다. 돈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다. 그러기에 한 번밖에 없는 인생, 시간을 알차고 소중하게 다루며 매 순간을 후회 없이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