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69년생 16화

우양전기

by 김귀자

내나이 20세.

취직을 했다.

그때 농공단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그래도 막연히 '괜찮겠지. 좋겠지' 생각했다.

안집 할아버지 지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라고 했다.

출근은 회사버스로 했다.

자취집에서 큰도로까지 걸어나와 타야했다.

취직하기로 한 회사는 버스로 20여분이 걸렸다.

건물로 들어서니 모두 출근카드를 찍었다.


내 생애 첫 회사.

드라마에서 보던 근사한 신입사원을 상상했다.

첫 출근이라 윗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경리가 일할 곳을 안내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곳은 공장이었다.

그때 나에게 공장은 좋은 직장이 아니었다.

남자는 "공돌이", 여자는 "공순이"라고 부르던 시절이었다.

작업장으로 들어서니 책상이 1미터 이상 떨어져서 넓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날의 할일을 반장님이 알려주었다.

부품을 손으로 조립하는 거였는데, 아주 생소했다.

작은 것은 족집게를 이용했다.

자리를 배치받아, 오전 내내 조립을 했다.

처음 1시간은 헤메느라, 몰랐는데, 자꾸 서글펐다.

점심 시간은 40분 이었고, 별도로 쉬는 시간 없이 화장실은 다녀올 수 있었다.

거울속의 나는 무표정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니, 생산량을 전자 저울에 달았다.

'다른 사람과 비교되는 생산량이라니,' 씁쓸하다.

오늘 하루는 더디 흘렀다.

자려고 누우니, 공장에서의 일들이 눈에 선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귀자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브런치 작가,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이름이다.

30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3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5화88 올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