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20대 초반.
그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기장을 펴보았다. 일단 길다. 서정적인 글이다.
일기가 기도가 되기도 하고, 넋두리로 끝나기도 했다.
"내가 이랬었나."
'이때 백조의 삶은 해맑다.'
체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이 백조에게 행복을 주는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새해가 밝은지도 수일이 지났다.
그동안 난 무엇을 했을까. 무사인일 주의로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아쉽고 속상하다.
올 한해동안 나에게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까. 23년 째 살고 있는 나의 生,
한일도 없이, 철없이 나이만 든다고 생각하니 짜증난다.
보람되고 알차게 보내도 짧은 생이 아닌가. 그런데 나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이젠 할 일 없이 빈둥대는 것도 지루하다. 게을러지고, 나태하다. 무기력하다.
주여, 혹시라도 남을 무시하지 않고, 신실한 한 사람으로 대하게 하소서.
엄마, 아버지에겐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있게 하소서.[19910108, 일기중에서]
이때가 스물 세살이다. 91년도다.
대학을 갔다면, 졸업반이다.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아직도 학생인거다.
88.10월~89. 10월., 공순이,
89.12월~90. 2월., 취준생,
90. 7월~11월., 합격 후 알바.
'빨리 발령이 났으면 좋겠다.'
'나의 삶이 그럴싸해 보였으면 좋겠다.'
3월이었나. 행정직, 지방공무원 시험을 봤다.
5월에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귀하는 1991년 시행 제1회 9급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에 합격하였음을 통지함.'
'1991년 5월 6일, 강원도인사위원회위원장'
그무렵 체신행정직에서도 전화가 왔다.
'후후, 1년 가까이 기다렸는데.'
"지방직이 되어서 못갈 것 같아요."
드디어 백조가 날게 되었다.
설렌다. 꿈꾸던 직장생활이 시작된다.
내인생에 이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