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 실태 조사,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잘못된 대상에게 잘못된 질문을 하는 산후조리 실태조사,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3년마다 정부가 시행하는 산후조리 실태조사, 도대체 뭐가 문제고, 왜 지금 바꿔할까요? 한번 보세요. 2024년 실태조사에 실제 들어있는 질문입니다. ‘산후조리원에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 몇 시간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세요?’ ‘모자동실이 필요하지 않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러분 어떠세요? 이런 질문,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한국 보건복지부는 3년마다 산후조리 실태조사를 시행합니다. 하지만 이 조사는 산모의 주관적 만족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실제 임상 서비스의 질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정책 방향이 과학적 근거보다 대중의 호불호에 따라 왜곡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모자동실과 모유수유에 대한 인식과 조사의 방식은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첫째 왜곡된 질문이 만드는 잘못된 결론이 문제입니다.
2024년 실태조사 문항 19~20번은 다음과 같습니다:
* 『귀하가 산후조리원에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몇 시간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귀하는 산후조리원에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있는 모자동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아니오 응답 시, 모자동실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① 산모 신체 회복 위해 ② 전문 인력이 더 잘 돌볼 수 있어서 ⓷ 산모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④ 기타
이 질문 구조는 이미 ‘모자동실=산모에게 부담’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분리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설문에서 ‘적절한’ 이었던 워딩이 바뀌어 “이상적” 모자동실 시간은 4.4시간이라는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98페이지). 또한 『산모의 신체 회복을 위해 모자동실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무려 93.1%에 달했습니다(102페이지). 이는 조사의 오류가 정책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구조입니다.
둘째 왜곡된 정책 수요 해석으로 인한 악순환의 문제가 있습니다.
2024년 실태조사 문항 49번은 다음과 같습니다:
『귀하는 모유수유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어떤 정부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① 모유수유의 방법 교육 및 홍보 ② 분만병원, 산후조리원 환경 개선(모자동실 등) ③ 모유수유 도우미 지원(가슴마사지사 등) ④ 모유수유 서비스 이용에 따른 비용지원 ⑤ 모유수유 친화적 사회 환경 조성(수유실 등) ⑥ 모유수유 물품 지원(대여사업 확대) ⑦ 기타
모유수유 도우미 지원에 가장 중요한 것이 가슴마사지사인 것처럼 제시된 문항 자체가, 객관적 근거 없이, 비의학적 마사지 인력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왜곡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 항목 중 ‘가슴마사지사 지원’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는 이유로, 보고서는 『산모들은 모유가 잘 나오게 하려면 가슴 마사지를 통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였습니다(66페이지).
또한 “모유수유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으로 산모들은 가슴마사지사와 같은 인력지원을 더 희망하여(72페이지) 『모유수유 마사지 바우처를 지원』이라는 비전문 인력의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는 정책 제언을 담고 있습니다(141페이지). 이는 국민 세금을 쓰면서 과학적 근거가 아닌, 대중의 수요나 상업적 마케팅에 의해 형성된 인식을 따라 정책이 형성될 수 있는 위험한 경로를 보여줍니다. 다음에 예로 들 미국 CDC의 연구 결과 어디에도 가슴 마사지사 지원과 같은 항목은 없으며, 24시간 모자동실이나 올바른 젖 물리기 교육과 같은 훨씬 중요한 근거 기반 항목들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셋째 국제 기준과의 괴리라는 문제가 대한민국 국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입니다. 산모와 신생아 돌보기에서 모자동실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는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Baby-Friendly Hospital Initiative, BFHI)' 10단계에서 24시간 모자동실(Rooming-in)을 7단계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은 단지 권고사항이 아니라, 신생아의 건강, 산모의 정신 건강, 모유수유 성공률에 있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자동실을 하지 않으면 산모의 불안, 산후우울, 모유수유 실패가 증가하고, 신생아의 스트레스 지표가 악화되며, 뇌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있습니다. 모자분리는 필연적으로 유축수유를 유도하고 이는 젖 빠는 신호에 맞춰 젖을 물리고, 제대로 젖 물리는 방법을 익히며,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모유량을 조절할 기회를 박탈합니다. 그 결과 조리원 퇴소 후 많은 산모들이 모유수유에 어려움을 겪고 조기에 중단하게 되는 거죠. 또한 유축수유는 신생아의 장내 미생물군 형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직접수유를 하면서 엄마 피부의 다양한 미생물이 아기에게 전달되어 건강한 장내 환경의 기초를 형성합니다. 반면, 유축 젖을 우유병으로 먹일 경우, 유축 환경과 도구로 인해 아기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달라져 면역 체계 발달과 향후 비만, 천식과 같은 질환의 발생 위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네째 이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mPINC 모델과 비교하면 위의 문제들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mPINC는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실시하는 전국 분만기관 모성 영양 및 돌봄 관행 실태조사입니다. 이 실태조사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사 대상이 산모가 아니라, 병원 내 실제 수유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간호 관리자, 수유 컨설턴트 등 전문 인력입니다.
(2) 조사 내용은 객관적이고 정량 가능한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해당 기관의 "24시간 모자동실 시행 비율은?" "우유병이나 분유 사용 정책은 무엇인가?" “수유자세와 젖물기 교육 비율?” “완전모유수유율, 혼합수유율, 분유수유율?’
(3)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현황 파악이 아니라 조사 자체가 개선의 촉매제가 되는 구조입니다. 즉 각 기관마다 결과를 벤치마킹하여 자발적인 질 개선이 유도되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의 산후조리 실태조사는 심각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2억 천팔백만원이라는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수집된 데이터가 결국 정부 기록 보관서에서 사장되는 구조입니다. 개별 산후조리원에는 피드백이나 개선 정보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산모의 주관적 응답이 객관적인 임상 질 지표처럼 사용되며, 조사 문항에 과학적 기준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에 산후조리 실태조사 개혁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1)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조사 설계를 해야 합니다. 산모의 주관적 만족도 대신 세계보건기구,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기준과 같은 국제 지침에 기반한 지표를 도입해야 합니다.
(2) 개별 서비스 제공기관이 자신들의 서비스가 근거 기반 표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피드백 및 벤치마킹 자료를 제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산후조리원이 산모들로부터 100%의 만족도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24시간 모자동실 미시행, 부적절한 수유 교육, 비의학적인 분유 보충 등 모든 근거 기반 관행을 위반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의 실태조사 구조 하에서는 이 상황이 ‘성공’으로 보고될 뿐, ‘실패’로 진단되지 않는 모순이 있습니다.
미국의 mPINC는 전문적 평가를 통해 객관적 실태를 측정하는 반면, 한국의 조사는 산모의 주관적 인식을 통해 정책 수요를 파악하는 데 머물러 있습니다. 산모의 주관적 만족도는 근거 기반 임상 프로토콜 준수 여부를 측정하는 타당한 지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의 실태조사는 ‘소비자 만족도’와 ‘서비스의 질’을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모와 아기의 건강한 시작을 위해, 산후조리 실태조사는 더는 단순한 만족도 조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고, 현장의 질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근거 기반 조사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https://youtu.be/wj1852VnOGc?si=zubV_64yevcjPedR
https://www.unicef.org/documents/baby-friendly-hospital-initia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