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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Nov 24. 2024

식당의 탄생

58. 2층에 가게를 내면 정말 안 좋을까요?


  이제 두 달만 지나면 골목식당 마스터 7년 차에 접어드네요.

  돌이켜 보면 아슬아슬한 위기의 연속이었습니다.


  개업 1년 차에 코로나가 터졌으니 말 다했죠. 다행히도 지금 우리는 엔데믹 시대에 살고 있지만 코로나의 유물은 아직도 이곳저곳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후유증도 적지 않습니다. 코로나가 성난 파도처럼 범람하던 시기에 정부가 공짜처럼 나누어준 저리의 대출금은 여태껏 자영업자의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원금 상환을 유예해 준 짧은 시간은 참 달콤했는데 말이죠. 다시 빚을 내어 빚을 갚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건물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통보도 받았습니다. 1년 후에 건물을 철거하고 청년 임대 아파트를 지을 것이니 미리미리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통보였습니다. 처음엔 1년이라는 말미가 고마웠지만, 시간이 지나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피를 말리는 고통의 시간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반전이 있었습니다. 건설용 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대출 금리가 오르는 등 건설 경기가 악화된 탓에 재건축 계획이 무산되었던 것이지요. 그렇지만 언제나 안 좋은 일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법, 건물주 형제간의 다툼으로 식당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악재는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운 좋게 경매 건도 잘 해결되어 다행이다 싶었지만, 그것도 잠시, 최근 들어 다시 2차 경매 통지문이 날아들었습니다. 정말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의 연속입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고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마음을 비웠습니다. 예정대로라면 1, 2년 안에 가게는 넘어가고 저희는 쫓겨나거나 아니면 선량한 건물주를 만나 영업을 계속하거나 하겠지요.


  어찌 되었건 작은 골목식당이라도 업력에 비례한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첫째, 지나 보니 단골이 생겼다.

  둘째, 일이 숙련되었다.

  셋째, 마음의 평화가 생겼다.


   손님이 없어 속이 상할 때면 천사처럼 단골이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단골이 있기에 가게가 돌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흐른 세월만큼 일이 손에 익고 일머리도 생기니 시간이 단축되고 조리도 더욱 효율적입니다. 맛도 좋아졌습니다. 굴곡 없는 인생은 재미가 없다는 건방진 말은 이제 하지 않으렵니다. 그저 범사에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렵니다.

  

선한 가게가 되겠습니다





  오늘도낙지의 경험상 식당이라면 가능한 한 1층에 위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초보 요식업자라면 입지가 좋을수록 성공의 가능성도 높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같은 건물의 1층과 2층의 점포가 보증금, 임차료 등이 같은 조건일 때, 2층의 점포가 평수가 크다고 해서 함부로 2층에 들어가지 마라'


라고 요식업 선배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즉, 같은 값이면 1층이 더 낫다는 뜻이겠지요.


  생각해 보니 신기하게도 1층에 위치하지 않았던 대박 맛집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제 기억에 말이죠).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들은 한결같이 1층에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식당이 1층에만 있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점포를 구할 때 처음에는 모두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자신이 가진 조건(자금)과 기준(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입지)으로 점포를 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본인의 판단은 흐려지고 전혀 나의 생업과 관계가 없는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정했던 기준을 무너뜨리고 핑계를 댑니다. 스스로 정한 룰을 어기기 시작합니다. 결국은 자신의 기준으로부터 너무 멀리 벗어난 곳에서 계약을 마무리합니다. 실패의 서막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것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안 좋다는 이야기뿐입니다(언제나 그랬습니다). 잘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는 언론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자기들 입맛에 맞추어 돈 버는 길만 찾는 듯합니다. 그들에게 소명의식은 보이지 않습니다. 현상을 보여주기에 급급합니다. 비판만 합니다. 통찰하고 현상의 너머를 고민하는 기사는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이 그렇다고 나마저도 그 길을 따라서는 안될 것입니다. 왜 그럴까? 정말 그럴까? 하는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게 진실이야 하는 잘 포장된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또 하나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는 뉴스를 만들고 그것을 전하는 자들은 사라진 사람들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이겨내야 합니다. 버티다 보면 일의 근력이 붙습니다. 힘이 생기고 어제보다 강해집니다. 살아남으면 살아낼 수 있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좋아질 겁니다. 그렇게 저에게 최면을 겁니다.


  아무튼 초보라면 2층은 권하지 않습니다. 초보에게 2층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물론 1층은 비쌉니다. 그래서 초보가 어려운 법입니다. 그래서 저라는 초보는 아직도 헤매고 있습니다. 장사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힘을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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