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4일, 다시 찾아온 크리스마스의 마음
2025년 12월 4일, 서울.
하루 종일 흐리기만 하던 하늘이
해가 지기 전 갑자기 다른 계절의 문을 열었다.
발해만에서 밀려온 저기압이 도시의 공기를 뒤흔들더니
마치 오래된 턴테이블 바늘이 음악을 올려놓듯
천둥이 둔탁하게 울리고, 이어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강했다.
시간당 1~5cm씩 쏟아지는 눈송이는
조용한 서정이 아니라
겨울 재즈의 도입부처럼 힘 있는 리듬으로 도시에 내려앉았다.
눈구름대가 단숨에 남하하며
도로 위를 하얀 악보처럼 덮어버리고
차량 불빛은 그 위에 음표처럼 반짝였다.
퇴근길의 사람들은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도시는 오히려 속도를 늦춰가고 있었다.
기온이 낮아 눈은 닿는 즉시 얼어붙었고
골목길마다 빙판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그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낯익은 온기가 느껴졌다.
마치 크리스마스 재즈의 트럼펫 소리가
먼 곳에서 살짝 흘러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첫눈은 늘 마음의 문을 조용히 두드리지만
올해의 첫눈은 조금 달랐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그 장면은
“이제 진짜 겨울이야” 하고
겨울이 직접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바쁜 하루를 보내던 사람들에게
잠시 걸음을 멈추라고,
조금은 천천히 숨을 고르라고
겨울이 부드럽게 권하는 듯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거리의 불빛이 눈 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창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눈이 더 오기를 바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이랬다.
한 해의 끝자락에 갑자기 찾아오는 첫눈이
어디선가 마음 깊은 곳을 열어젖히며
따스한 기대감을 살짝 키워주곤 했다.
2025년의 첫눈도 그랬다.
폭설이었지만 묘하게 따뜻했고,
혼잡했지만 마음 한가운데엔 고요한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어쩌면 겨울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첫 번째 멜로디는
눈송이의 소리도, 바람의 속삭임도 아닌
“괜찮아, 이제 여기까지 왔잖아” 하는
잔잔한 위로였는지도 모르겠다.
거리의 크리스마스 장식들은
오늘의 눈을 배경으로 한층 더 밝아 보였고
도시는 본격적으로 겨울 공연의 막을 올린 듯했다.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폭설의 저녁,
하얗게 덮인 서울 위로
살며시 재즈 같은 겨울이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