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by LISA

처음 갑자기 쉬게 됐을 때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 했다. 멈출 줄도 몰랐고, 멈출 생각도 없던 내게 의지와 상관 없는 '법적 휴지기'는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지난 3개월은 나의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최소한의 시간이었다. 이전의 나는, 맞은 편에서 차가 오는 걸 알면서도 그를 향해 전속력으로 뛰고 있었다. 내가 스스로 멈출 줄을 모르니 강제로라도 멈추게 해준 것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 석 달은 다사다난했기도, 지지부진했기도 하다. 그러나 강제로 주어진 그 시간 속에서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정비할 수 있었기에 감사하다. 병이 완치되기 전인 것이 다소 마음에 걸리지만, 그나마 이 시간이 없었다면 더 큰 사고는 예견된 일이었다. 그 때는 후회해도 한참 늦었을 것이다.

일터로 돌아가는 것은 기쁘기도 무섭기도 하다. 다시 살아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앞에 놓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일터는 3년 전 처음 왔을 때처럼 아수라장이 될 것이고, 인사 때 탈출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묶인다면 순장조처럼 될 공산이 크다. 탈출을 한다 쳐도 둘러보니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인데, 여기나 저기나 늪처럼 보이기는 매한가지다. 남는다면 어떻게든 또 살아나갈 방법을 찾기야 하겠지만, 생존을 위해 안면몰수하는 것이 타고난 DNA와 영 맞지는 않는다. 하지만 얼마 전 회사 임원의 빈소에서 한 간부가 취재원에게 농반진반 나를 '로비스트'라고 소개하는 걸 들으며, 조직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이 그것이라면 그에 충실해야지 어쩌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쪽이든 긴 여름이 될 것 같다. 나는 늘 여름에 약했다. 하지만 올해는 무작정 버티기보다 조금은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겠다는 어렴풋한 자신감도 든다. 직관, 전략, 진심 그리고 체력은 그 근거이자 늘 나의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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