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전편과 이어지는 소설입니다~
나는 드디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알겠어. 난 네가 여기에 날 왜 데려왔는지에 대해 알고 싶으니까, 승낙할게.”
그렇게 이야기하는 나를 보고 또 다른 나는 무척 신나 보였다. 핑크색 롤러스케이트를 신은 채로, 큰 눈을 껌뻑껌뻑 거리면서 양손을 하늘 위로 든다. 그리고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드디어 끝낼 수 있어. 난 완전히 자유야.”
라고 이야기했다.
도대체 또 다른 나는 왜 저렇게 이야기하는 것일까.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이상한 기미를 눈치챘다. 무언가 이상하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논리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직감적으로는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낌새가 있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무언가 큰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푸른 달은 점점 동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곧 밤이 다 지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달려야 한다. 문 안으로 들어간다. 휘황찬란하게 보이는 문을 양손으로 힘껏 열고, 처음 보는 구조지만 최대한 내가 안전해 보이는 공간으로 몸을 숨긴다.
그리고 또 다른 내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드디어 끝낼 수 있어.’
그 말은 도대체 무슨 말일까. 그리고 무엇을 끝낸다는 것일까. 끝내면 자유가 된다고 했는데… 또 다른 나는 지금을 자유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점점 더 깊숙한 궁궐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방이 굉장히 여러 개 있었다. 하지만 그 방들은 복사 붙여넣기 한 듯 매우 비슷했고, 그런 방들이 20개 정도 모여 있었다. 어디에 들어가야 할까?
애초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뒤에서는 롤러스케이트 소리가 들리고, 나는 숨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왜 숨지 않으면 안 될까? 왜 나는 도망가야 하는 걸까? 예전부터 계속, 나는 왜 맞서 싸우지 못할까?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나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맞서 싸우거나, 방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그거나. 둘 중 하나를 하지 않으면 안 됐다. 머뭇거리는 사이, 대리석 바닥에 바퀴가 아찰되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나는 먼저 다가갔다. 그리고 또 다른 나에게 묻는다.
“여기에 나를 왜 데려왔어?”
그러자 또 다른 나는 점점 흐릿해졌다. 마치 그림자처럼 변해갔다. 하지만 더 이상 웃지 않았다. 즐거워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슬퍼 보였다.
나는 나에게 부탁한다.
나는 그 부탁을 들어준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난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몰아쉰다. 내가 잠을 자고 있는 곳은 뉴욕의 어느 호텔이었다. 나는 친구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고 근처의 싼 호텔을 찾아 함께 묵기로 했다. 친구는 옆에서 깊이 자고 있다.
나는 자고 있는 친구의 얼굴을 바라본다.
‘너도 이런 꿈을 꾼 적이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꿈을 꾸는 것에는 짐작 가는 부분이 있다. 내 상처와 고독, 아픔에 관련된 것이다.
시간은 그때의 아픔을 조금 덜 아프게 해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낫게 해주지는 못한다. 꿈속에서의 ‘또 다른 나’는 결핍된 나를 의미하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바라는 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진심 어린 공감, 그것뿐이다. 바라되 바라도 전혀 나타나주지 않는다. 하지만 바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바라면 바랄수록 이루어지지 않음의 간격도 더 심해질 테니.
공감을원하는 주인공의 속마음이 밝혀진 화였습니다!
꿈속에서는 무의식의 표상이 종종 등장하고는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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