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국밥을 먹으면 시험을 잘 칠 것 같아요

시험공부 어디까지 해봤니?

by 진사시대

대학생 시절 나는 나의 영혼의 룸메이트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친구였다.

정말 희한하게도 우리학교 출신중에 우리 둘만 기숙사를 똑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같이 자취를 시작하였다. 우리가 성향이 안맞으면 어떡하지? 그런 고민조차 없었던 그때였다.

그래도 어찌저찌 잘 맞아 처음에는 세탁기 작동법도 몰랐던 우리가 하나둘씩 살림을 꾸려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야! 우리 절대로 배달시켜먹지 말자!" 라며 문 앞에 [배달금지]라는 스티커도 붙여놓았는데

맨날 먹었다.. 아주 그냥 특히 치킨을 매일 먹어서 사장님이 우리가 전화하면

"그래 오늘은 뭐 먹을래?!"라고 답변하셨다.. 주소도 말할 필요도 없었다.. ㅋㅋㅋ

행복하고 퉁실한 단백질 걸이 되었다.. ㅋㅋ


특히 시험기간이 정말 재미있었는데,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는 동지가 있어서 그런지 외롭지 않았다.


친구와 나는 그때만큼은 진격의 P 였는데, 물론 나는 지금도 진격의 P지만 친구는 이제 그 누구보다 꼼꼼한 J가 되었다. 역시 10년 이상의 직장생활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ㅎㅎ


주말에 기말고사 시험공부를 하다가.. 한 마디를 던졌다.


"아.. 굴국밥 먹고 싶다."

"나도.."

"갈래?"

"가자! 그걸 먹으면 공부가 더 잘 될 거 같애!"


우리는 체육복 패션에 똥머리를 하고 슬리퍼를 신고 굴국밥을 먹으러 갔다. 이렇게 얘기하면 바로 집 앞에 있는 굴국밥 집을 생각하겠지만, 우리의 귀한 굴국밥집은 차로 15분, 걸어서는 40분이 걸리는 곳에 있었다.


한 푼 두 푼이 아쉬운 우리는 그때는 시간보다 돈이 더 귀중했던 시절이라.. 굴국밥을 먹으러 40분을 걸어갔다..


"와 진짜 맛있다! "

"인생 별거 없다! 나 시험 못 쳐도 안 슬플 거 같다!"


하며 낄낄 거리며 40분을 걸어간 굴국밥집에 가서 10분 만에 먹어치웠다.


아.. 집에 들어가기 싫은데..


"야 놀이공원 갈래?"

"오!"


우리는 또 죽이 척척 맞아.. 내일이 시험인 사람들이 오늘만 사는 인간들처럼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옷 갈아입고 갔냐고요? 아니.. 그 복장 그대로.. ㅎㅎㅎ


롤러코스터만 연속해서 7번은 탄듯하다.. 지금은 그렇게 타면 다음날 일어날 수 없다.


그렇게 막차를 타고 돌아와선.. 우리는 밤을 지새웠다.. 내일 시험 어떡하지? 하며.. 동이 터오를수록 터질것 같은 쫄깃쫄깃한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며...


그렇지만 굴국밥과 놀이공원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정말 내 인생 최고의 순간과 최고의 맛이었다!


지금 먹으면 그때의 맛과 기분이 전혀 들 것 같지 않다.


낭만 넘치고, 해맑았던 20대가 가끔은 그립다.


지금은 각자 똑같은 성향의 자식을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그러면서 얘기한다..


"와.. 나 같은 애 키우니까 정말 힘들다."


친구야.. 우리 힘내자.. 우리는 우리 애들보다 더하고 살았던 것 같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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