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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Jul 21. 2022

자세히 보아야 한다.

 - 폴 세잔 <사과 바구니>

정기고사 중 담당 과목인 과학을 치는 시간이면 나는 항시 대기 중이다. 혹 문제에 이상이 있으면 즉각 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험 중 가장 많이 들어 오는 질문은 문제 지문에 대한 확인이다. 학생은 질문 문장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질문에 약간의 강조만 주어 읽어도 문제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데 학생은 매우 서툴다. 문장 독해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지금 중3은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세상에 등장하던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이다.


폴 세잔의 <사과 바구니>에는 사과가 그려져 있다. 어떤 것이 사과인지 골라보자. 쉽지 않다. 우리 머리 속에 존재하는 정형화된 사과를 찾기는 어렵다. 세잔은 궁극적인 사과를 찾고 싶었다. 하나의 사과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관찰했다. 설익은 사과는 붉게 익고, 숙성된 사과는 시간이 지나면 곯아 뭉개진다. 사과의 변화 과정을 대표할 사과의 원형은 무엇일까? 사과의 속성은 계속 변한다. 우리는 각기 그 찰나에 존재한 사과의 환영만 보게 된다.


보면 바로 알 수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사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보고 안다는 생각은 내 머릿속이 만들어 내는 일종의 착각이다. 부사를 먹어보지 못한 외국인에게 부사를 보고 부사 맛이 어떨지 물어본다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아마 자기가 먹어본 사과의 맛으로 부사 맛을 설명하려 할 것이다. 부사를 먹어 본 경험이 없다면 부사의 맛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예로 당신은 유럽 잡작 복숭아는 어떤 맛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반쯤 알고 있는 기억에 빗대어 세상을 이해한다.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1889~1951)은 언어 놀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 이론에 따르면 사과라는 단어는 장기판과 체스판의 말처럼 개개의 인식 속에서 다르게 작동한다. 개인은 개인이 늘 사용하는 말과 글에 갇혀있다. 우리의 삶은 관성에 따라 의식이 흐른다. 사과를 제대로 알고 싶으면 사과에 관심을 주어야 한다. 세심한 관찰을 기울이는 예술가의 눈에는 사과가 다 같은 사과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그들은 사과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 (나태주)


우리는 요즘 극단적인 자기 주장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을 자주 경험한다. 타인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은 같은 단어를 다르게 인식하고 사용한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그들의 세상에는 답이 있다. 교사는 미리 답을 정해서는 안된다. 학생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늘 섣부른 판단은 유보해야 한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관성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면 다르게 보일 사건도 일방적 의견을 너무 쉽게 수용해 버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생과 학부모도 교사의 평가를 정답이 아닌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확증 편향과 소망 편향은 버려야 한다.


<사과 바구니(The Basket of Apples)>

예술가: 폴 세잔(Paul Cézanne,, 1839~1906)

국적: 프랑스

제작 시기: 1893년 경

크기: 65×80㎝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미국 시카고 아트 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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