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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Jul 21. 2022

자만하지마라.

 - 하버트 제임스 드레이퍼 <이카루스를 위한 탄식>

과고에 입학하려면 중학교에서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여야 한다. 공부라면 남들 못지않던 학생만 모인 곳이 과학고다. 과학고에 입학한 후 1학년 중간고사 전까지 모든 학생은 마냥 즐겁다. 다양한 활동과 기숙사 생활 등 선택받은 학생의 특권이라는 듯 누린다. 첫시험 결과는 학생에게 엄청난 좌절을 남긴다. 학년에서 자신의 상대적 위치가 결정되는 순간, 자만에 빠졌던 깊이만큼 좌절한다. 과학고 학생은 한 학기 성적으로 이미 대학 진학이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드레이퍼의 <이카루스를 위한 탄식> 속 이카루스는 생명을 잃은 외모로도 림프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젊은이다. 처음 날개를 달고 바닥을 딛고 일어섰을 때, 이런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이카루스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첫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던 그 달콤한 순간은 기어이 독이 되어 돌아왔다. 태양 가까이 날지 말라던 경고는 성공에 도취한 순간 한 조각의 기억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성공에 대한 도취는 돌이킬 수 없는 결말로 돌아왔다.

과학적으로는 사람이 날개를 만들어 달고 날 수 없다. 날개를 퍼덕여서 날기에는 사람은 너무 무겁다. 또한 고도가 높아지면 기온도 점점 떨어진다. 태양 가까이 날아간다고 밀랍은 녹지 않는다. 모든 것은 신화적 상상 요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신화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이카루스 신화에는 우리 삶을 반추할 요소가 많다.


식민지 사회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대한민국은 학벌 중심 사회가 되었다. 학벌로 계급이 결정된다. 우리 사회는 한 개인의 학업 성취에 너무 높은 값을 쳐준다. 학업성취도는 개인의 노력을 넘어선 많은 요소가 관여한다. 부모의 유전과 재력 그리고 학교와 이를 둘러싼 사회 환경 등이 그것이다. 학생이 이룬 성취는 오롯이 그 한 명의 결과가 아니다. 공부로 세상 꼭대기에 날아올랐다고 그 성취에 도취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깊이를 모를 나락의 끝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상기시켜야 한다. 아이들에게 자기가 신이 아니라 이카루스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 토마스 에디슨


지금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성공한 자는 그 성공한 크기로 좌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과고 졸업생 중에는 유학길에 오른 제자가 많다. 주변의 높은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떠난 유학길에 실패라는 어두운 그림자는 항상 두려움의 대상이다.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를 그때마다 죽이거나 내친다면 그 국가는 존속할 수 없다. 삼국지연의에서 조조도 수없이 많은 패배를 하였고, 그 패배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었다. 로마도 패배한 장수가 돌아오면 그를 비난하거나 내치지 않았다. 장수가 최선을 다 했다면 다시 싸울 기회를 주었다. 우리 사회는 실패에 좀 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그 날개는 누구나 가진 것이 아니다. 한 번의 추락으로 모든 것을 매장하기에는 젊음과 그 아름다운 날개라는 눈부신 재능이 아깝다. 뛰어난 영재일수록 오만 혹은 자기 과신이라는 휴브리스에 빠질 수 있음을 자각하게 해야 한다.


<이카루스를 위한 탄식(The Lament for Icarus)>

예술가: 하버트 제임스 드레이퍼(Herbert James Draper, 1863~1920)

국적: 영국

제작 시기: 1898년

크기: 182.9×155.6㎝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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