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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Jul 21. 2022

빈둥거리는 날도 필요하다.

- 피터 브뤼겔 <게으름뱅이 천국>

대구일과학고에는 ‘그냥 하루’라는 행사가 있다. 이 날은 그냥 하루를 보내는 날이다. 다만 디지털 기기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아날로그로 하루를 보내야 한다. 한 무리 학생은 잔디밭에 텐트를 쳤다. 텐트 그늘 속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낮잠을 즐겼다. 다른 무리 학생은 보드 게임을 하며 친구들과 하루 종일 수다를 떨었다. 점심시간에는 급식실에서 특별히 도시락을 준비해 줬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잔디밭이나 벤치에 둘러앉아 함께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그날은 여러 날 중 특별한 그냥 하루였다. 


브뤼겔의 <게으름뱅이 천국>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나태와 식탐을 경계하라는 그림으로 해석된다. 그림에는 5명이 등장한다. 오른쪽 아래 허리춤에 잉크병을 차고 모피 코트를 깔고 누운 학자, 도리깨를 내려놓고 돌아누운 농부, 긴 창과 갑옷 장갑을 벗어 놓고 편히 잠든 기사 그리고 기사의 발밑으로 한 병사가 입을 벌려 새가 가져다 줄 빵을 기다린다. 오른쪽 상단 구석에는 숟가락을 든 사람이 구름을 뚫고 유토피아로 들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 주위에는 접시에 눕는 거위, 칼을 등에 찬 돼지, 뚜껑이 열린 계란이 “날 잡아 잡수세요.”하며 돌아다닌다. 심지어 선인장도 빵이다. 그야말로 게으름뱅이를 위한 천국이다.

학교는 당연히 감나무에서 홍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인간을 기르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수동적이고 나태한 삶은 죄악으로 치부된다. 학교는 학생에게 자기주도적으로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가르친다. 이를 잘 실천하도록 다양한 보상도 따른다. 청소년기 학생에게 능동적 삶을 강화한데도 행동이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게으르고 무기력하며 수동적인 학생이 더 많다. 더군다나 질풍노도의 시기 청소년은 자기 자유를 옥죄는 낡은 가치로 여긴다.


뇌는 두개골 안에 들어 있다. 그 안은 깜깜한 물속이다. 뇌는 온몸의 감각기가 보내는 전기 신호를 받아들인다. 이 신호를 처리하면 세상이 인식할 수 있다. 그 정보는 뇌 속을 헤집고 다니며 행동으로 표출한다. 1.4Kg의 뇌는 몸이 소비하는 에너지 총량의 20% 정도를 사용한다. 뇌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러기에 뇌는 늘 쉬운 처리 방법을 찾는다. 정보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일단 시스템을 구축하면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뇌는 입력과 출력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입력에만 의존하면 게으른 수동 인간이 된다. 반면 출력에만 의존하면 편협한 능동 인간이다. 균형을 잃은 뇌는 치우친 정보 처리 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이 더 높다. 청소년기 학생의 뇌는 미성숙 단계다. 학생은 충분한 입력 그리고 충분한 출력을 위해 기회가 고르게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담당하는 뇌가 성숙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학생의 뇌는 가소성이 높다. 성인처럼 굳지 않았다.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강조하는 만큼 <게으름뱅이 천국>처럼 여유를 가지고 숙고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입력과 출력의 균형이 맞도록 성과만을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는 새로운 균형점을 만들어야 한다.


<게으름뱅이 천국(The Land of Cockaigne)>

예술가: 피터 브뤼겔(Pieter Bruegel the Elder, 1526/1530~1569)

국적: 네덜란드

제작 시기: 1567년

크기: 52×78㎝

재료: 패널에 유화

소장처: 알테 피나코덱(Alte Pinakoth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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