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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Jul 21. 2022

마스크로 감정을 놓치다.

- 제임스 엔소르 <가면 속 자화상>

교실에서 장난치던 학생을 교무실로 불렀다. 이미 여러 차례 같은 이유로 경고를 단단히 했었다. 그럼에도 또 잡혀온 것이다. 혼을 내는데 난감하다. 학생 감정을 읽을 수 없다. 현 상황을 비웃는 건지 반성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마스크를 쓰고 고개까지 숙여 표정을 알기 어렵다. 고개를 들게 해도 눈 주위 변화만으로 반성의 깊이를 파악하긴 무리다. 사실 더 큰 문제는 학생 얼굴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몇 년을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하다보니 학생 얼굴을 볼 일이 별로 없었다.


엔소르의 <가면 속 자화상>에는 기괴한 가면이 작가 주변에 펼쳐져 있다. 벨기에 출신의 표현주의 화가 엔소르는 가면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가면을 파는 가계를 운영한 영향을 받았다. 작품 속 기괴한 가면은 타락한 인간상과 그것이 가진 공포를 대변한다. <가면 속 자화상>에서 엔소르 는 가면 뒤에 숨어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엔소르 또한 자기 페르소나를 알고 있을까? 자기 내면에 숨겨둔 수많은 자아가 가면으로 작품을 메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진화 과정에서 집단생활을 위해 표정을 읽고 교감하는 능력이 발달했다. 뇌의 측두엽에는 얼굴을 인식하는 영역이 존재한다. 시각으로 들어 온 정보를 빠르게 분해해 상대가 안전한 인물인지 그리고 현재 상태가 어떤지를 민감하게 판단한다. 아주 미세한 얼굴 변화로도 감정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우리는 감정 표출을 잘 조절하지 못한다. 표정은 솔직하다. 


하회마을 별신굿에서 양반탈을 쓰면 농민도 양반이 되고, 색시 탈을 쓰면 남자라도 색시가 된다. 마스크는 내면에 감춰둔 반사회적 감정도 표출할 수 있게 만든다. 뿌리 깊은 신분 사회인 조선에서 조차 탈을 씀으로써 양반을 희롱하기도 하고, 파계승이 되는 일탈을 허락했다. 별신굿의 풍자와 해학은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제사로 포장된다. 탈춤은 기득권에 대한 감정 해소와 질서 유지 기능을 동시에 함으로써 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에 나타난다. 마스크를 쓰면 개인은 철저히 숨을 수 있다.  


사바나 초원 동물의 왕국에는 몸을 잘 숨기는 개체는 생존에 유리하다. 어린 개체는 생존을 위해 몸 색과 비슷한 풀숲에 숨는다. 사자 역시 먹잇감을 사냥하려면 몸을 숨겨야 한다. 자연에서 개체는 몸을 숨김으로써 안정과 용기를 얻는다. 권선징악을 소재로 한 <도깨비 감투>에서 주인공은 도깨비 감투를 쓰고 용감하게 탐관오리를 물리친다. 반면 보이지 않음은 집단 내 개인 부재 상태다. 이는 윤리적 통제를 벗어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투명 인간 영화 최초 제목이 <Invisible Man>에서 <Hollow Man>이 된 이유다. 


이제 마스크를 착용한 지 3년째가 되어간다. 그 기간 동안 학교에는 감정 교류의 공백이 생겼다.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의 얼굴과 입술 변화를 보지 못하고 목소리에만 의지해 수업을 들었다. 학생의 의사소통 능력 감소를 실감한다. 사이버 폭력은 도를 넘었다. 자기가 저지른 폭력으로 상대방이 얼마나 괴로워할지 잘 공감하지 못한다.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청소년기를 모두 마스크를 쓰며 보내게 되는 것은 아닐지 그로 인해 뇌 발달 시기조차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평생 마스크 뒤에 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가면 속 자화상(Self-portrait with masks)>

예술가: 제임스 엔소르(James Ensor, 1860~1949)

국적: 벨기에

제작 시기: 1899년

크기: 117×82㎝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매나드 미술관(Menard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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