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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Jul 21. 2022

나는 왜 학생을 가르치는가?

- 얀 스텐 <소년 소녀를 위한 학교>

나이가 들수록 수업이 점점 힘들다. 아이들은 과학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 내용이 학생 이해력에 비해 너무 어렵다. 수업을 듣다가도 틈만 있으면 장난친다. 예전 교실과 다른 점은 남녀 학생 간에도 장난을 많이 친다는 것이다. 남녀 간 신체 접촉도 스스럼없다. 남학교만 다녔던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지루하지 않도록 강의식 수업을 조별 활동으로 바꾸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활동 시간에 기회를 엿보다가 걸상에서 바닥으로 내려와 앉는다. 그러다 아예 드러눕는다. 발표 자료는 엎드려 작성해야 편하단다. 

얀 스텐의 <소년 소녀를 위한 학교>는 17세기 작품임에도 교실 풍경이 그리 낯설지 않다. 탁자에 올라 장난 끼 어린 표정을 짓는 학생의 손가락을 따라가면 싸우는 두 학생도 있다. 공부에 집중하는 학생은 극히 일부다. 교사조차도 아이를 제지하지 않는다. 오른쪽 끝 벽에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상징하는 올빼미가 앉아 있다. 한 아이가 관심도 없는 올빼미에게 안경을 건네려 한다. 네덜란드에는 “올빼미가 보고 싶지 않으면 안경과 빛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해당된다.


<소년 소녀를 위한 학교>에 등장하는 학생 중 누가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까?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 부모 세대는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선하고 성실해서 성공할 학생이라는 등식을 선입견으로 가지고 있다. 장난치는 학생은 ‘싹수가 노랗다.’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등식은 무너진 지 오래다. 요즘 세대 학생이 공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출세다. 의대가 서울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수험생에게는 대학은 학문보다 사회적 지위, 부, 명예 등을 선점하기 위해 필요하다. 공부로 가지게 될 모든 것은 자기가 누릴 수 있는 부산물쯤으로 받아들인다. 


대학 입시에는 학부모가 개입한다. 금전적인 지원과 함께 스펙도 관리해 준다. 이런 지경이니 학생은 교과나 학생부 종합 전형 같은 수시보다 수능만으로 선발하는 정시가 훨씬 더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수험생은 정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규 교육과정의 학교 수업보다 수능 문제 풀이 중심의 인터넷 강의를 더 선호한다. 그 결과 최근 고3 교실에서 교사가 실종되고 있다. 교사는 학생의 선택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강의를 못 듣게 하면 학생과의 관계만 나빠진다. 사제지간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 그나마 아이가 좀 더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조력해 주는 것이 차선이다. 입시를 위해 학교 교사보다 학원 강사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교사로서 교사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학생을 왜 가르치는가? 


나는 아직도 공부를 한다. 나를 찾기 위해 인문학을 탐독하고 철학을 공부한다. 공부란 직업을 가지기 위해 필요하지만 결국 나를 발견하기 위한 여정인 듯하다. 인생 100년이라고 생각하면 대학까지 공부만으로 삶을 다 채울 수 없다. 지식의 변화 속도도 엄청 빠르다. 결국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자기 성찰 과정이다. 어떤 학생은 어린 시절 이를 깨닫고 어떤 학생은 나이 들어 그것을 절실히 갈구하게 되기도 한다. 교사로 아이의 성공을 섣불리 예단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직업이 아니라 자기 삶을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언젠가는 깨달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소년 소녀를 위한 학교(A School for Boys and Girls)>

예술가: 얀 스틴(Jan Steen, 1626~1679)

국적: 네덜란드

제작 시기: 1670년

크기: 81.7×108.6㎝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Scottish National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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