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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Jul 21. 2022

고래가 알을 낳았다.

- 휘슬러 <야상곡>

기말고사가 끝나고 시험 결과를 확인하면서 복도에 여학생 한 명이 울고 있었다. 울지 말라고 친구들이 다독이지만 한참을 울먹였다. 동료 교사에게 이유를 들어보니, 서술형 답을 한 칸씩 올려 적었다는 것이다. 학교 규정에 따라 답은 정답이지만 해당 답란에 적지 않아 점수를 받을 수 없다. 교육 평가가 본질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휘슬러의 <녹턴>은 런던의 유명한 휴양지인 크레몬 가든(Cremorne Gardens)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작품이다. 휘슬러는 안개가 자욱한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로 발달한 도시공원의 감성을 표현했다. 미술 평론가 존 러스킨은 <녹턴>을 그리다 만 작품이며, 완성도에 비해 너무 비싸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휘슬러는 소송을 걸었다. 소송은 길어졌다. 판결은 일부 휘슬러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막대한 소송 비용으로 그는 파산했다. 휘슬러 소송은 예술 본질에서 벗어난 싸움이었다. 현재 <녹턴>은 휘슬러 중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몸무게가 22t인 암컷 향고래가 500kg에 달하는 대왕 오징어를 먹고, 6시간 뒤 1.3t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암컷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일까요?”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나오는 고래 퀴즈다. 정답은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이다. 고래는 포유류이며,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다. 이 문제의 핵심을 몸무게에 두면 해답을 찾을 수 없다. 감춰진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평가는 성취평가제로 운영된다. 성취평가제란 상대적인 서열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교과 성취 기준에 따라 학생의 학업 성취 수준이 90점 이상이면 A, 80~90점이면 B와 같이 성취도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학교 성취 기준에는 “시험에서 실수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은 없다. 만약 대학처럼 답지를 완전히 백지로 주고 답을 적게 하였다면, 이 학생의 서술형 점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학생 시험 편의로 제공한 답안지 양식이 학생 성취도를 반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연구부장을 하는 대학 동기가 “정기 고사를 치르는 교실에 시계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는 규정이 어디에 있었어?”라는 질문을 했다. 학부모회에서 학교에 교실에 있는 아날로그시계를 디지털시계로 교체해 달라고 해서 시작된 문제다. 학부모로서는 학생이 시험을 편하게 잘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서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수능 시험장 기준에 따라 시험 기간 중 교실 시계를 모두 제거하도록 지시했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교육 평가를 변별력에만 초점을 맞추게 한다. 고래가 알을 낳았다.      


<야상곡(Nocturne in Black and Gold – The Falling Rocket)>

예술가: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1834~1903)

국적: 미국

제작 시기: 1875

크기: 60.3×46.4㎝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디트로이트 예술 학교(Detroit Institute of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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