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의 곱셈이 만든 해, 2025

그리고 토끼 꼬리만큼 남은 시간

by 박동환

우리는 때때로 숫자라는 단순한 기호 속에서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시간의 결을 발견하곤 한다.
삶은 직선처럼 흘러가는 것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연과 인연이 촘촘히 얽혀 있다.
마치 시간이 스스로 암호를 남기고
그 암호를 읽어낼 준비가 된 사람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 같다.


그날, 나는 2025에 루트를 씌워 보았고
숫자는 아무렇지 않게 45를 내놓았다.
그 순간 나는 실수처럼 놓인 숫자들 사이에서
지나온 날들과 앞으로의 날들이
하나로 모여 은은하게 빛나는 풍경을 보았다.
삶은 결국, 이렇게 뜻밖의 자리에서
자신의 의미를 조용히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45라는 숫자는 어른의 어깨에서 묵묵히 쌓여온 세월을 닮아 있다.
한 번의 45는 지나온 흔적이고,
또 한 번의 45는 지금의 나를 버티게 만든 근력이다.
이 둘이 단순히 더해졌다면 90이 되었겠지만,
곱해지는 순간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2025가 된다.
삶이 덧셈보다 곱셈일 때 비로소 깊이를 드러낸다는 사실을
숫자가 먼저 알려준 셈이다.


2025년은 이제 토끼 꼬리만큼 남았다.
짧지만, 그렇기에 더 선명한 시간이다.
토끼 꼬리는 작지만 마지막까지 힘 있게 떨며
몸 전체를 앞으로 밀어주는 탄력을 품고 있다.
올해의 남은 시간도 그렇다.
길지 않지만,
마지막을 한 번 더 밀어주는
묘한 추진력을 간직한 순간들이다.


되돌아보면, 이 아쉬움은
살아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아쉬워한다는 것은 아직 기대가 있다는 뜻이고,
기대한다는 것은 여전히 변화를 꿈꾼다는 뜻이다.


숫자 45가 곱해져 탄생한 2025라는 해가
그 꿈의 다음 장을 조용히 예고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남은 시간을
억지로 빼곡하게 채우려 하지 않기로 했다.
때로는 여백이 남아 있는 해가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를 남긴다는 사실을
몇 번의 계절을 지나며 배웠기 때문이다.


토끼 꼬리만큼 짧은 이 시간은
새해로 가기 위한 마지막 숨이자,
내년이라는 미래를 살짝 들어 올리는 작은 도약이다.

이제 곱셈이 만들어낸 새로운 해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삶이란 도착지를 향해 달려가는 여정이 아니라,
숫자들 사이의 빈틈과 계절 사이의 호흡,
기대와 아쉬움이 맞부딪히는 그 지점에서
깊이를 얻는 여행이 아닐까 하고.


토끼 꼬리 끝에서 떨리는 작은 생명력처럼,
짧지만 단단한 이 순간이
내 삶의 다음 문장을 열어줄 것이라는
묵직한 확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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