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Prologure)

열심히 파는 사람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으로

by 재윤

성공이라는 두 글자를 쫓아 미친 듯이 달려온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나의 목표는 명확했다. 단 하나, ‘10억’이었다. 남들이 자유를 찾아 제대하던 시기에 나는 거꾸로 군대에 스스로를 가뒀다. 군대에 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던 과거의 나를 아는 친구들은, 내가 13년이라는 긴 세월을 군복을 입고 버텼다는 사실에 지금도 혀를 내두르며 나를 놀리곤 한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선택은 도망이 아니라 처절한 생존이었다. 어디론가 숨어들고 싶었던 한 청년이 세상과 맞서기 위해 택한 최후의 보루였고, 흔들리는 삶을 붙잡아 둘 최소한의 기둥이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부모님은 이혼하셨다. “너만 스무 살이 되면 이혼하겠다”던 어머니의 오랜 염원은, 마치 지독한 끌어당김의 법칙처럼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성인이 되자마자 '지독한 책임감'이라는 굴레를 기꺼이 짊어졌다. 어린 시절 끈기 없다고 핀잔만 듣던 내가, 역설적이게도 그 책임감 하나로 버텼다.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어머니 곁을 떠나 홀로 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배워야 했던 것이 곁에 남는 법이 아니라, 스스로를 유배하듯 떠나는 법이었다니.


그 홀로서기는 혹독함을 넘어 잔인했다. 방호복 하나 없이 맨몸으로 세상이라는 전쟁터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우리 집이 이런 상황을 방치한 건 내가 미워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부모님 또한 그렇게 거친 세상에서 자신들만의 탑을 쌓아오셨기에, 자식도 당연히 그렇게 크는 것이라 믿으셨을 테다. 하지만 세상 밖에서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부모라는 견고한 울타리 안에서 앞서 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원망이 솟구쳤다. 물론 원망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 원망의 대가로 나는 남들이 갖지 못한 성숙함을 선물로 받았지만, 그 대가는 마음 한구석에 뚫린 커다란 구멍이었다. 그 구멍은 오래도록 나를 흔들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시시때때로 찬바람이 들이치는 결핍이었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마흔이 넘도록 그 구멍은 메워지지 않았다. 수없이 반창고를 붙이고 테이프로 칭칭 감아 가려보았지만, 접착력이 떨어질 때면 어김없이 날카로운 통증이 몰려와 나를 괴롭혔다. 제대로 배운 것 없는 삶은 실수투성이였고, 도전은 늘 실패의 연속이었다. 위축된 내 삶에 유일한 구원자로 나타난 것이 바로 술이었다. 술기운을 빌리면 세상의 시름이 잊혔고, 취해 있는 동안은 두려울 게 없었다. 다음 날 아침의 처참한 숙취와 고통조차 내가 치러야 할 당연한 대가라고 자위했다. 그 시절의 나는 버티는 법은 알았지만 살아내는 법은 몰랐다. 그래서 매번 진통제처럼 술을 찾았다.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길을 택했던 셈이다.


군대를 떠나기로 결심한 계기는 결국 돈이었다. 술과 함께 내 인생을 구원해 줄 유일한 도구가 돈이라고 믿었다. 돈만 있으면 이 지긋지긋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제대를 선택했다. 몇 년만 더 버티면 평생 보장되는 연금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내 자신을 너무나 과신했다. 특전사 공수교육, 특공대 레펠 훈련, 그리고 부사관의 꽃이라 불리는 훈련부사관 과정까지 완벽하게 완수한 내가 세상천지에 무엇이 두렵겠느냐며 호기를 부렸다. 지금 돌아보면 그 자신감은 절반은 용기였고, 절반은 무지였다.


그렇게 사회로 나올 때 내 머릿속에 사업은 곧 장사였고, 장사는 곧 요식업이었다. 부모님도 평생 장사를 하셨다. 내 눈에 사업이란 자연스럽게 가게를 차리고, 손님을 받고, 매출을 올리는 일이었다. 그것이 가장 가까이에서 본 세상이었고, 내가 아는 돈의 방식이었다. 그래서 군을 떠난 뒤 내가 선택한 길도 자연스럽게 요식업이었다.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안다. 요식업이든 다른 업종이든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사람을 상대하고, 구조를 만들고, 숫자를 관리하고, 시스템을 세우는 일이라는 점에서 모든 사업은 서로 닮아 있다. 그러니 이 책을 펼친 당신이 요식업을 하지 않는다 해도 괜찮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장사를 당신의 업종, 당신의 아이템, 당신의 사업에 그대로 대입해도 결국 만나게 되는 본질은 같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첫 장사는 3년도 채 버티지 못했다. 남은 것은 수억 원의 빚뿐이었다. 그리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내 인생의 꼬박 10년을 잃어버렸다. 누구의 도움도, 부모님의 지원도 없이 오직 그 지독한 책임감 하나로 혼자 다 갚아 나갔다. 장사 하나 망하는데 무슨 빚이 그렇게 많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나는 무지했고, 멍청했다. 매출을 이익으로 착각했고, 빌린 돈은 금방 벌어서 갚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오만한 초보 사업가였을 뿐이다. 장사가 잘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손님만 많아지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매출은 숫자일 뿐이었고, 그 숫자 뒤에 숨어 있는 구조를 전혀 보지 못했다. 많이 파는 것과 남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고, 바쁘게 돌아가는 것과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도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최근 이사를 하다 낡은 수첩 하나를 발견했다. 창업을 준비하며 써 내려간 글들이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준비했다고 자부했지만, 지금의 눈으로 보니 그저 귀엽고 가소로울 뿐이었다. 아니,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수첩 안에는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만 가득했지, 성공으로 이끌 단 하나의 단서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열정이 있으면 되는 줄 알았고, 성실하면 버텨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사업은 열정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성실함은 출발점일 수는 있어도 답은 될 수 없다. 구조가 없는 열정은 쉽게 소모되고, 시스템이 없는 성실함은 결국 사장의 몸을 갈아 넣는 방식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망하고 나서 결심했다. 요식업은 두 번 다시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고민하고, 정수기 설치 기사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시절, 정말 지독하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삶이 바닥을 친다는 말이 무엇인지 그때 알았다. 바닥은 단순히 돈이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 방향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내일을 설명할 문장이 없고, 내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시간이 진짜 바닥이었다.


그런데 그 바닥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다시 요식업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선택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소명이기도 했다. 결국 내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현장이었고, 가장 처절하게 실패해 본 분야였기에 다시 붙들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수백 권의 책을 씹어 삼키듯 읽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기계발서로 시작된 독서는 마케팅, 심리학, 철학을 거쳐 고전까지 이어졌다. 이제는 활자가 있다면 무엇이든 읽어치우는 잡식성 독서가가 되었다. 동시에 나를 파괴하던 술과도 결별했다. 구원자인 줄 알았던 술이 사실은 나를 잠식하던 파괴자였음을 깨닫고, 신경정신과 약을 먹으며 고군분투한 끝에 마침내 단주에 성공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술을 끊자 비로소 정신이 맑아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생활이 건강해졌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제야 나는 '현상'이 아니라 '원인'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눈앞의 불부터 끄려 했다. 직원이 문제면 직원을 탓했고, 매출이 흔들리면 손님 수만 세었고, 일이 꼬이면 운이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독서는 나에게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술을 끊은 뒤에야 나는 비로소 흔들리는 감정 너머의 구조를 보기 시작했다. 왜 망했는지, 왜 반복해서 무너졌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처음으로 똑바로 보게 된 것이다.


그때 비로소 알았다. 내가 실패한 이유는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구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지만, 열심히 하는 법만 알았지 굴러가게 만드는 법은 몰랐다. 직접 뛰는 법만 알았지, 내가 없어도 돌아가게 만드는 법은 몰랐다. 장사를 버티는 법은 알았지만, 사업을 설계하는 법은 몰랐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장사와 사업을 가르는 분기점이라는 사실도 그제야 깨달았다.


현재 내가 관리하는 브랜드는 스타필드와 현대백화점의 7개 지점을 비롯해 세종, 서초, 파주, 일산, 그리고 싱가포르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종로의 본점을 포함해 이 매장들을 기획하고 오픈하고, 운영 기준을 잡고,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일을 맡고 있다. 내가 직접 매장에서 국자를 들고 하루 종일 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를 만들고 기준을 세우고 실행되게 하는 일의 중심에는 늘 내가 있다.


사람들은 프랜차이즈냐고 묻지만, 이건 단순한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기존 시스템의 장점만 취해 우리만의 독특한 구조를 직접 설계했다. 수많은 사람의 협력이 있었지만, 이 구조를 만들고 실행 동력을 불어넣은 것은 결국 시스템에 대한 집요한 이해였다. 나는 한때 몸으로만 버텨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이다. 지금은 구조가 사람을 살리고 시스템이 돈을 벌게 만든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며 살고 있다.


나는 내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근거를 위해 숫자로 말하자면, 주식과 부동산 자산은 5억이 조금 넘고, 통장 잔고는 5천만 원 남짓이다. 누군가 보기에는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숫자의 크기보다 숫자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나는 지금도 약간의 인풋은 필요하지만, 예전처럼 몸을 갈아 넣지 않아도 돈이 쌓이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다.


나는 돈의 액수를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랑할 만한 돈의 크기도 아니다. 나도 안다. 그래서 오히려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어떤 구조 위에서 돈을 벌고 있는가. 당신의 수익은 당신이 멈추는 순간 같이 멈추는가, 아니면 당신이 한 발 물러서도 계속 흐르는가. 바로 이 질문이 사업의 본질을 가른다.


내가 얼마를 벌었는지에 궁금해하기보다, 내가 '어떻게' 그것을 만들었는지에 집중하길 바란다. 당신은 지금 이 책을 단돈 만 몇천 원에 손에 넣겠지만, 그 안의 가치는 가격표보다 훨씬 클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은 장사에서 처참하게 망해보고, 인생의 쓴맛을 충분히 본 뒤에야 깨달은 사업의 본질을 담고 있다. 나의 혼신을 다해 꾹꾹 눌러 담았다. 실패의 기록이자 회복의 기록이고, 동시에 장사를 사업으로 바꾸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준들에 대한 기록이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이 책상 위에서 조립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부딪히고 무너지고 다시 세우며 건져 올린 이야기들이다.


결국 모든 사업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을 이해하면 사업은 쉬워진다. 그리고 그 사람 안에는 타인뿐만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 직원만 이해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고객만 분석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사장인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흔들리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왜 반복해서 같은 실수를 하는지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통제하기 시작했을 때, 사업의 구조는 비로소 탄탄해졌다. 감정이 기준을 흔들지 않게 되었고, 불안이 판단을 끌고 가지 않게 되었으며, 순간의 위기가 전체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게 되었다. 당신도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길 바란다. 진정으로 무너지지 말아야 할 것은 사업체가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다. 사장이 무너지면 사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사장이 단단해지면 구조도, 기준도, 시스템도 함께 단단해진다.


구조를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하라. 이 책은 결국 그 한 문장을 위해 쓰였다. 장사하지 말고 사업하자. 몸으로만 버티지 말고 구조를 만들자. 열심히만 하지 말고 시스템을 세우자. 나는 책을 읽을 때 이 저자가 결국 무엇을 설득하기 위해 쓰였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그 핵심을 간파하는 순간, 책의 절반만 읽었더라도 미련 없이 덮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만약 이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내가 하려는 말을 알아들었다면, 이미 절반은 얻은 것이다.


그러나 알아들었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 남은 것은 당신의 현장에 이 메시지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다. 장사든 사업이든, 당신의 인생을 걸고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나는 이 책이 당신에게 하나의 질문으로 남길 바란다.


지금 당신이 만들고 있는 것은 단지 바쁜 일터인가, 아니면 시간이 갈수록 더 단단해지는 구조인가. 당신이 요식업을 하든, 제조업을 하든, 서비스를 팔든, 콘텐츠를 만들든 상관없다. 업종은 다를 수 있어도 본질은 같다.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구조를 세워야 하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되어 있지 않으면 사업은 언젠가 반드시 사장의 체력과 감정에 기대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업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이제 이 메시지가 조금은 선명하게 보이길 바란다. 내가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왜 구조와 시스템을 이토록 집요하게 말하는지, 왜 사업의 본질은 결국 사람과 기준과 반복 가능한 구조라고 믿게 되었는지 말이다. 이 책은 그 깨달음의 기록이다. 장사에서 망해본 사람이, 다시 일어나 구조를 만들고 시스템을 세우며 비로소 사업의 문턱에 다가선 사람이, 다음 사람에게 남기는 지도 같은 것이다.


이제 당신 차례다.

장사로 남을 것인가.

사업으로 넘어갈 것인가.





지금 저는 두 번째 책을 준비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꾸준히 집필을 이어가기 위해 스스로 마련한 약속이자 장치입니다. 때로는 문장이 거칠고 두서없을지라도, 한 권의 책이 무사히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치절한 과정이라 여기시고 너른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엉덩이의 힘을 빌려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입니다. 그런 날엔 연재 요일과 상관없이 불쑥 글을 배달하려 합니다.


이 글들은 10년 전, 길을 잃고 방황하며 망하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던 저 자신에게 건네는 이정표입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성공의 문턱을 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저의 두 번째 책이 무사히 출간될 수 있도록 따뜻한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 응원에 힘입어 끝까지 완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