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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혀도 멈추지 않는 사람의 힘

by 너울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을 두드리면 된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닫힌 문 앞에서 한 번에 벌떡 일어서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나는 닫힌 문 앞에 오래 앉아 있었다. 문이 닫힌 이유를 수십 번 떠올리며, “무엇이 문제였을까?”를 되묻는 시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셀 수 없이 많은 헤아림이 지나야 비로소 포기의 순간과 마주하게 되고, 그때서야 다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나도 여러 번 굳게 닫힌 문을 마주해 왔지만, 이번만큼 억울하고 답답했던 적은 없었다.
내가 가고자 했던 목적과 의도까지 흔들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언젠가 이 일을 ‘성장의 크기’로 맞닿을 때 다시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이제 닫힌 문을 뒤로하고 새로운 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 시작점에는 언제나 나에게 사명처럼 다가왔던 치매 돌봄 강의가 있었다. “치매가 있어도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 방법을 더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강의는 나의 진심을 알아주는 기관을 만나면서 민들레 홀씨처럼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다. 여러 곳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고, 강의 후 남겨진 후기들은 또 다른 원동력이 되어 나를 이끌었다.

그런데 그 강의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한 기관의 조치로 인해 문이 닫힌 것이다.
하나의 주제 강의일 뿐이라 큰 타격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 문에는 권력과 시기, 질투가 얽혀 있었다. 그 감정들이 내 진심을 막아선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그 눈물의 끝에서 나는 결심했다.

“진정한 복수는 성장이다.” 이 문장을 내 마음에 새기며 방향을 틀었다. 포기하지 않고, 더 단단하게 나아가기로 했다.


얼마 전, 나는 ‘너울샘컴퍼니’라는 이름으로 개인 사업자 등록을 했다. 산업보건강사로 365 평생교육원에 소속되어 있지만, 기관의 배려로 개인 활동도 가능했다.


명함을 만들었다. 이제 요양보호사 양성 강사도, 산업안전보건강사도 아닌, ‘너울샘컴퍼니 대표’로 나아간다.

17년 동안 나는 한 번도 강의 제안서를 써본 적이 없다. 언제나 요청을 받아 강단에 섰던 강사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려 한다. 내가 먼저 제안서를 쓰고, 너울샘만의 치매 돌봄 기법을 세상에 전하고자 한다.

감사하게도 여러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다. 한국형 치매 돌봄 기법으로 특허를 받은 간호사 선생님이 아무 조건 없이 사용을 허락해 주셨고, 함께했던 기관의 선생님들도 기꺼이 동행을 약속해 주셨다.


그리고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예전에 강의를 했던 서남어르신 돌봄 종사자센터의 부센터장님이 “그 강사님께 꼭 다시 강의 요청을 해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퇴사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한마디가 내 새로운 출발의 불씨가 되었다. 돌아오는 11월, 나는 세 차례에 걸쳐 ‘치매 돌봄 기법’ 강의를 진행한다. 그날까지 나는 차근히 준비하며, ‘닫힌 문’을 넘어선 내 길을 다듬어가고자 한다.


너울샘컴퍼니 대표로서, 대한민국의 모든 돌봄 현장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나는 한 가지 해답을 얻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보내주신 한 영상을 통해서였다. 그 안의 문장은 마치 내게 주어진 숙제 같았다.

“당신 앞을 가로막는 것이 곧 당신의 길이 됩니다.
장애물은 길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길입니다.”


그 문장 앞에서 나는 마음이 멈췄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내 삶의 모든 장애물이 길이었다.
그때마다 비틀거리며, 넘어지고, 실수하면서도 결국 배웠다. 그리고 배운 교훈은 늘 다음 길을 밝혀주었다.

신은 우리에게 준비되었다고 느낄 때 장애물을 준다고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가장 단단한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

나는 이제 알고 있다. 닫힌 문이 나를 막은 것이 아니라, 나를 다음 문으로 이끈 것임을.

우리는 강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해낼 수 있고, 반드시 해낼 것이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저 전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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