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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숲을 떠나는 용기

by 너울

17년. 햇수로 따지면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을 긴 시간입니다. 저는 지난 17년간 요양보호사 양성 강의를 해왔고, 그중 10년 가까이는 교육원 수업시간 중 절반을 책임지는 전임 강사로 살아왔습니다. 제 모든 열정과 고민이 응축된 시간이었죠.


그리고 이제, 저는 이 익숙하고 안정적인 자리를 내려놓으려 합니다.

현재 저는 평생교육원에서 국비 과정의 새로운 강의를 단독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강사로서의 전문성과 기여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많은 걱정이 몰려옵니다. 일주일에 4일 과정으로 계획되어 있지만, 모집이 100%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불안정함이 따릅니다. 익숙했던 고정 수입과 강의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현실적인 걱정도 뒤따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양보호사 양성 강의에서 많은 시간을 내려놓는 결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너울샘컴퍼니 대표로 나아가야 할 VESH 강의가 기다리고 있고, 365 평생교육원의 산업안전보건 강사, 어린이 안전교육 강사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활동 폭을 넓히기 위한 준비이기도 합니다.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잘 되고 있을 때 내려와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으로 중심을 잡습니다.


어떤 일이든 잘 될 때 그만두어야지, 안 될 때 내려오면 스스로에게 너무 비굴해질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이 생각은 2년 전, 교육원 국비신청 담당 강사로서 실수하여 국비 승인에 떨어진 쓰라린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때의 좌절감은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컸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는 다짐했습니다. "잘 될 때 그만두어야지, 안 될 때 그만두는 것은 무책임한 사람이란 생각으로 버텨내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2년을 더 충실히 일했습니다.


제가 재직했던 요양보호사 교육원은 인근 지역에서 합격률 높고, 체계적인 합격관리를 해준다는 소문이 난 곳입니다. 저 혼자 이룬 과업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10년 가까이 이곳에 오는 분들이 합격은 물론, 삶의 방향까지 잘 그려갈 수 있도록 고민하는 강사로 살았던 결과물입니다. 교육원 수업이 종강되어도 시험 보는 전날까지 20여 일 가까이 단톡방에서 과제를 내고, 점검하며 시험을 도와드렸던 유일한 강사였으니까요. “매일”이라는 단어의 무게만큼이나 저의 성실과 끈기도 길러낼 수 있었던 귀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후회도 없고 섭섭함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할 영역을 충실히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지난 시간과 완전히 이별하는 기분을 달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새로운 강의 영역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비밀은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는 용기에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안정적인 자리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지금의 불안함은, 곧 성장통이자 새로운 기회에 대한 예고일 것입니다.


요양보호사 교육원의 체계적인 합격 관리 노하우, 그리고 수강생들과 삶의 방향을 고민했던 17년의 경험은 새로운 VESH 강의나 안전 교육 분야에서 독자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과거의 성공 경험은 미래의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 줄 거라고 믿습니다.


내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환경도 아니요. 그 환경 속에 놓여 있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오직 내가 가야 할 길을 아시고 그 길을 인도하고 계신 주님 한 분입니다. 매 순간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이동을 해야 할 때마다 큰 불편이나 어려움 없이 흘러가게 했던 이유도 주님의 은혜와 예비하심이었으니까요.


익숙한 숲을 떠나면 더 멋들어진 숲이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 설렘은 언제나 떠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과 같은 것입니다. 내가 서야 할 그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것들을 기대하고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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