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몰랐습니다.
어릴 적부터 유독 암기과목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단순암기를 정말 못했는데
그때부터였는지 놀러 간 지명, 먹었던 식당, 사람 이름까지 제대로 기억하질 못했다.
한 번은 사람이름을 너무 못 외워서 포스트잇에 이름을 적어놓고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야 할 때마다 쓱 하고 봤던 기억이 난다. 무려 이 행동을 한 달간 하니 조금 까먹지 않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인생이 꼬일 대로 꼬여 이건 삼재가 분명하다.
인생에 큰 역경이 찾아왔다 싶어 사주를 예약했다.
내 인생 첫 사주였다.
그렇게 예약된 날짜가 되어 사주 풀이를 듣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다.
네?
제가요?
그 와중에 "저 기억력 진짜 안 좋은 대요?"라고 반문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며, 맘먹고 공부한 번 해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모든 기억력은 연예인 한정으로 한 번 기억하면 잊지 못할 정도로 좋았다.
공부머리는 모르겠고, 우선 연예인 관련된 정보는 한 번 주입되면 오랫동안 기억했다.
그중 하나로 내게는 그 어떤 생일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날짜가 하나 있다.
9월 14일.
어딘가에서 아이디를 만들어야 할 때 숫자를 넣으라고 하면 0914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다.
내 고등학교 시절, 3년을 모두 쏟아부은 지코의 생일이다.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던 연예인이 굉장히 많았지만.
그들의 나무위키는 한 번 보면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단 한 번의 정독으로 암기가 가능했다.
그들의 취향, 성격, 별명 등은 단 번에 기억했던 것 같다.
그제야 조금은 역술가님의 말이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맞아요. 내 기억력, 연예인 한정으로 최고인 것 같아요.
여러분은 기억력이 좋은 편인가?
기억력이 안 좋은 줄 알았지만, 생각해 보면 어딘가 나의 관심사에선 엄청난 기억력을 발휘 중일지 모른다.
아직까지 내가 놀러 간 곳이 고흥인지 고성인지 모르고,
요즘 조카가 빠진 캐릭터가 죠리퐁인지 티니핑인지 헷갈리지만
그럼에도 김재중x김준수 공연일자와
투바투 컴백 라이브는 잊지 않았다.
이날도 웹소설 5,500자를 어떻게든 시간 맞춰 작성하고, 11시 30분에 시작된 컴백라이브를 챙겨보다 기절했다.
그 와중에 투바투 연준의 생일이 9월 13일라고 한다.
지코와 하루 차이나는 9월 13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것 봐라, 또 자연스레 최연준의 생일을 기억하게 되었다.
공부에 나의 기억력 역량이 펼쳐지지 않는 건 이번 생에 아쉽지만.
관심이 없는 걸 어찌하냐는 말이다.
최대한 내 기억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발휘해보려 한다.
어딘가에 도움이 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연예인 학과나 박사학위 같은 거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