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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Jul 09. 2022

근황 토크

 근황 토크를 잠깐 드리자면, 나의 새로운 매거진인 어쩌다 과장 매거진 (brunch.co.kr)을 속도감 있게 쭉 작성을 하였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현재 집필 중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마 조만간 신입사원 때부터 해서 내가 겪어온 일들에 대해 해당 매거진에 기고를 계획 중이다. 

 현재는 '게으름'이 가장 크게 나의 작품 활동에 발목을 잡는 주된 사유랄까. 아무튼, 어쩌다 과장에 대한 매거진은 조속히 재개할 생각이다.


 오늘은 그간 회사에서 있었던 두 가지 일들에 대해 게재해 볼까 한다.


#1, 시험 또 시험

 올해 초 내가 다니는 회사는 선장(대표이사)의 지시로 지금 가는 방향과 다른 방향의 길로 가자고 선언하였다. 후속조치로는 전 사원들에게 특정 기술에 대한 자격증을 획득해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실무로 내려올수록 그것은 취지나 설명 같은 메타정보는 모두 제거된 채, '취득 숫자 보고용'으로 활용되는 KPI로 전락해 버렸다. 


 사원들 입장에선 답이 없다. 그냥 봐야 한다. 하지만, 어떤 시험을 선택할지는 판단해 볼 수도 있겠다.

여기 시험 유형이 2가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 시험은, 꽤나 권위가 있어서 답만 외운다고 쉬이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은 절대 아니고, 약간의 공부를 실제로 하면서 해당 기술의 용처와 의미 등을 잘 이해해야만 붙는 시험이 있다. 반면에 B시험은, 그냥 심플하게 답만 외우면 합격이 가능하다. 실제 나를 비롯한 많은 사우들은 'B시험'을 택해 숫자를 채웠고, 결국 이 시험을 준비하고, 시험 결과를 취합한 시간들은 모두에게나 큰 의미가 없음을 다들 알고 있다. 아마도 위에서는 '우리 회사의 취득률은 80%입니다.'라는 보고를 더 위에 분에게 이야기할 백데이터를 주었을 것이고, 나를 포함한 아래 직원들은 '올해 시험 봐야 할 거 일단 봤고, 나한테 더 공부하라고 시키지 마'라는 방패막을 선사해 주었을 것이다.


 결국, 성과분석을 해보면 답이 나오는 이슈다. B시험은 의미 자체가 거의 없다고 판단하여 윗선에서는 A 시험을 권장했다. 다른 사우들은 잘 모르겠으나, 나는 그냥 A 시험을 다시 공부해서 합격했다. 어차피, 올해 지나면 또 A 시험을 강요할 것이므로, 지금처럼 덜 바쁠 때 따 두자는 나의 계산이었다. 


 아울러, 나는 현재 올해 초 만료 예정인 영어회화 공인점수 갱신을 위해 공부 중이다. 최소 사내 기준 2등급을 사수하라는 리더의 제안을 스스로 받아들인 결과다. 물론, 2급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그에 대한 노력은 진행 중에 있다.


 이런 자격증과 영어회화 같은 시험은, 누누이 사내에서 강조가 되나 실제 공부를 하며 의미 있게 해석하고 머릿속에 집어넣으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은 거 같다. 

 물론 윗선 리더들과 중간관리자들이 잘 설명하며 이해시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구성원 개개인들도 이왕이면 실제 나한테 도움이 되는 그런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하여 서로 맞춰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거 같다. 


 이러한 시험들이 본인에게 반드시 필요해지게끔 업무 할당이나 조정 등이 수반되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영어회화로 할 업무가 거의 없는 사람에게 '영어회화 공부해'라는 이야기를 한들, 그게 실제로 와닿을지 의문이며, 해당 기술을 접할 길도 없으며 해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신 기술 공부해'라고 한들 그것이 감화되어 공부를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정답은 없지만, 나는 그냥 이왕이면 기분 좋게 공부하는 편이다. 시험에 붙으려면 억지로 하는 거보다 조금이라도 의미를 찾아 머릿속에 넣는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비용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므로... 패스.

  


#2, 다시 만날 거야 분명

 동료 A가 타 부서로 전환 배치 지원을 했고, 결국 합격하여 해당 부서로 이동할 수가 있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부서를 옮긴다는 건, 보통의 경우 회사의 '이직'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만 명이 넘는 대기업에서, 부서가 바뀐다는 건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새로 관계를 맺어야 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에는 하던 일과도 완전 다른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A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전환배치도 그저 회사생활의 일부분이고, 나에게 오픈한 사유와 실제 본인이 생각한 사유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A는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받아들여야 하는 평가 시트에 대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라고 나에게 살짝 이야기를 해 주었었다.


 나도 항상 이직이나 전배를 꿈꾼다. 나 또한 유목민 기질이 다분하여 한 곳에서 '히스토리'가지고 완장질 하는 꼴을 못 보고 나 또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정말 부단한 자기 노력을 하는 중이다. 

 나는 그럼에도 A와는 조금 다르게, 평가결과가 나의 롤 체인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열심히 할 때 잘 나오지 않을 수 있고, 반면에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때가 맞아 평가가 좋게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업무 퀄리티에 대한 평균을 항상 좋게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노력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태도든, 기술이든, 궂은일이든 간에 말이다.


 나는 내가 전환배치나 이직을 하게 되는 경우는 누군가가 나를 강하게 필요로 할 때라는 것을 전제로 삼는다. 현재의 상태가 나에게 유리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았고, 그럴 때마다 나의 가치 기준으로 삼아야 할 대 전제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나를 필요로 하는 경우'였다. 그 전제가 깔리지 않는 이상, 내가 다른 조직에 몸담을 때 힘들고 버티기가 참 어려워서 도망가고 싶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걸 참아내는 자체 필터링 시스템이 바로 나의 대 전제를 믿는 것이었다. 현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도망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40년 가깝게 살아오며 내가 몸소 체득한 나만의 진리이다.


 A의 앞날에 무운을 빈다. 새로운 곳에서는 정말 누구보다도 적극적이고 에너지 넘치게 동료들의 어려움을 잘 긁어서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우일 것으로 믿는다. 평가 철에도 항상 당당하게 존중받으며 적재적소에 투입되어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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