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담 Aug 13. 2022

해 내야 하는 것

 인생 자체가, '선택'들의 연속이다.

오죽하면 서양에서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하는 말이 있지 않겠는가.


 며칠은 아니고 2주? 정도가 지난 거 같다. 회사에서는 상반기 평가 면담을 진행했다.

사실 나는 올해 마음을 비웠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이런저런 생각 말고 조금 '편하게' 회사 생활을 하자고 말이다. 올해 나는 그렇게 스스로 '선택' 한 것이었다.


 이런 선택의 베이스로, 본의 아니게 회사에서 '열심히'하는 나의 이미지로 인해, 나랑 일하는 사람들은 '불쌍' 하다고 여겨지는 프레임을 걷어내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올해는 그러면 안 되지만, 일부러 이슈가 생길 부분에 대해서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개발하기도 하고, 품질에 있어 스스로의 기준, 그리고 기타 다른 결과물의 영역에서의 기준들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지금은 이번 주까지 비수기라 휴식기이지만, 그전까지는 거의 매주 웨딩 스냅 알바를 나가며 본업 이외에도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기쁨을 만끽하며 회사에서 내어야 하는 결과물의 퀄리티와 더불어, 자기 계발에 대해 조금은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프로님, 저 출산 휴가를 좀 다녀와야 될 거 같습니다."

"아 그죠, 다녀오셔야 하는데... 네 다녀오세요!"


 에이전시 개발자 A가 출산을 한 것은 7월 초였다. 물론 A는 남자라 그분이 낳은 건 아니지만, 소속 업체 출산휴가 정책을 물어보니 워킹데이 10일 이란다. 나는 출산 직후 해당 주 5일을 바로 업무 배제한 후에, 나머지 5일을 언제 드려야 잔여 업무의 타격이 없는 일정을 조율 중에 있었다.


 사실 이렇게 된 건 약 두 달여 전, 나의 상사로부터 신규 개발 추가 건을 받았기 때문에, 개발팀의 인적 자원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게 된 이유가 크다. 예전 같았으면, 한분이 빠져도 나머지 인력으로 대체가 가능했지만, 지금 상황은 한 명이 빠지면 대체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 이를 고객에게도 인지시켰고 현재 그렇게 운용 중이었다.


 내가 위에서 처럼 주저주저한 것은, 처음 언급했던 '내려놓기' 와도 연관이 있다.

본업을 더 충실히 해야 하고, 열심히 하여 스스로의 몸값을 올려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일을 해왔지만, 신기하게도 한번 관심을 갖지 않으니, 예전엔 밤마다 누워서 접속하던 이직 사이트도 들어가지 않게 되고, 그저 '이 정도 회사면, 괜찮지 않나?' 하는 안일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너 없어도 내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덤볐을 나지만, 이렇게 주저주저하며 '해 낼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의 불신이 생긴 것에 대해 최근에 스트레스로 작용한 거 같다. 모든 걸 얻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고, 올해는 쉬어가자는 스스로의 안일한 마인드로 인해 점차 나의 강점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밤새자"

 며칠간 이 이슈에 대해 고민하다가, 스스로 내린 결론이었다.

에이전시 개발자 A님께 자신 있게, "다녀오십시오, 제가 어떻게든 해내겠습니다"라고 호언장담을 하고, 하루하루 계속 오버타임을 투입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기존에 아주 잘 돌아가던 내가 맡고 있는 사이트의 '핵심 콘텐츠' 내부 프로세스 재 구축이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티가 나지 않지만, 하나하나 소스를 까 보면서, 이전과 비교하고, 스스로 common-sense를 발휘해 '이슈 없이' 마이그레이션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나는 프런트 개발은 정말 어렵다고 현재도 느끼고 있다. 동료는 물론 내 상사에게도 가감 없이 오픈한다. 로직을 세우는데 문제가 아니라, 소스 리펙토링과 Null 값 처리 등, 상용 애플리케이션을 함에 있어 이슈 가능성을 제거하는 클린 코드와 다른 사람이 보고도 쉽게 소스를 수정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이 부분이 참 어려운 거 같다. 이게 고급 개발자와 그렇지 않은 개발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소스 형태야 어찌 되었건, 나의 많은 시간을 할애한 끝에, 어느 정도 제 기능을 찾아가는 거 같아 다행이다. 다만, 이번 주 월요일에는 원래 휴일이지만, 아무래도 회사에 나가 최종 점검 및 그간 내가 놓치고 있던 다른 업무를 수행해야 할 거 같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나는 내가 맡은 미션들을 아직 수행해 나갈 힘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직도 회사 내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지는 못했다.

아마 앞으로도 못 찾을 가능성이 많다. 그렇지만, '싫어하는 것'은 별로 없다. 이게 나의 가장 큰 장점이랄까? 업무적으로 부여될 때 싫어하는 게 별로 없다 보니,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기본적인 업무 결과물은 무난히 내는 편이라, 어찌 보면 이런 것도 괜찮다 싶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게 없으니, 아무거나 시켜도 대부분 곧잘 해 내지만(물론 정말 잘하는 건 없다.) 그렇지 않고 좋아하는 게 있는 사람은, 그 이외의 업무가 부여되었을 때 상당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한다. 적어도 나는 그런 게 없으니...


 그럼에도, 주말 출근은 안 하고 싶었는데...

아니다. 이번 주말 3일 동안 중 하루만 출근하는 게 어디냐...라고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근황 토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