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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Aug 27. 2022

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이 말은 정말 팩트

 "어쩌다 출근"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 줄도 사실 몰랐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는 TV가 없기 때문이다. 뭐 부연설명을 하자면, 애들 교육을 위해.... 가 아니라, 집이 좁다. 애들이 둘이나 되어서, 좁은 집에서 장난감 조금 바닥에 깔아놓으면, 앉을자리가 없다. 그래서 심플하게 그냥 TV를 정리했다. 

 여하튼, 우연히 내가 구독하고 있던 채널에서,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이동수(채널명 무빙 워터)라는 분의 인터뷰를 보게 된 후, 알게 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간단히, '직장인들의 찐 생활 V-Log'라고 요약하고 싶다.

일반 직장인들 중, 소위 '분량을 뽑을만한' 사람들을 가려 그들의 평범한 회사생활을 콘텐츠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오늘은, 무빙 워터님이 해당 채널에서 하신 인터뷰를 보고, 어느덧 12년 차 직장인인 내가 느낀 감정들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이 말은 사실 직장인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지만, 사실 아직 나도 그렇고, 내 주변 동료들도 그렇고 50을 넘어가는 사람도 많이 없기에, (물론 관리직 선배님들을 제외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들 이러한 대 전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퇴직 이후의 플랜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거 같다. 며칠 전에도 사내 메신저로 '선전지'가 돌았는데, 주된 골자는 현재 있는 회사 사업부 구조를 개편해서 일부 사업부는 핵심 계열사로, 아닌 사업부는 자회사로 보낸다는 이야기였다. 이 떡밥은 사실 너무 오래된 거라 나에겐 크게 감흥이 없다. 내가 입사해서 4년쯤 되었을까? 대리가 되었을 때 돌던 선전지로, 그때는 정말 충격과 공포였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뭐 진짜 그렇게 되겠어?'라는 생각이 앞서는 거 같다.


 주변 동료들과 이야기해보면, 퇴직 이후 플랜은 딱히 답이 없는 거 같다.

그 상황에서 내가 우스갯소리로, "나는 웨딩, 돌, 데이트, 졸업 등, '스냅' 붙은 거는 다 하려고요" 하니까 동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부러워하는 것을 조금 느낄 수가 있었다. 


 사실 나도 막막하다. 주말마다 웨딩 스냅을 나가니, 내가 당장 퇴직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사진'으로 일단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뿐, 당장 안정감 있게 통장에 딱딱 꽂히는 월급을 대체할 만한 수단은 안 보인다. 다른 동료들도 대부분 그럴 것이다.


 아울러, 만약 선전지대로 '자회사'로 내가 발령받아 가게 되더라도, 당장 그만둘 수 있을까?

'자존심'만 놓고 보면 당장 그만둬야겠지만, 조금 기다리면서, 코딩 테스트도 더 공부해서 다른 데로 이직 준비를 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또한 결국 우리 같은 직장인은 '퇴직'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직장인으로서 생명연장의 수단일 뿐, 정답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퇴직 이후 다시 근로자가 되어 월급을 받으며 언제까지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작은 오피스텔들이라도 사둬서 월세를 받으며 생활비를 충당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정말 스냅 업체를 차려서, SLR사이트 등에서 구직자들을 찾아 '통행세'를 받고 스냅 결과를 고객들에게 넘겨줄 것인가 등등, 내가 봤을 때 나의 퇴직 이후 플랜은 저 3가지 중 1개가 되거나, 3가지 중 N개가 될 것 같다. 그래, 이렇게 정리해서 생각해보니, 꽤나 마음이 놓이는 거 같다.


"회사를 위해 일하지 말고, 나를 위해 일해라"

 위 단락에 대한 내용을 인터뷰 한 뒤, 사회자는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용인즉슨, 그렇다면 어차피 퇴사하니까 대충 일하라는 것인가에 대한 문의였다. 무빙 워터님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자기도 회사 내에서 많은 야근을 하는 편에 속하고, 누구보다도 일을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이왕 할 거면 즐겁게, 그리고 남이 시켜서 일하는 게 아닌, 스스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였다. 여기서 업무의 주체가 바뀌게 되는데, '내' 중심이 되어 일을 하게 되면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이 말을 듣고, 무빙 워터님을 회사에서 동료들이 알게 모르게 '견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누가 입사하라고 등 떠민사람도 없고, 자기들 스스로 '충성'을 다 하겠다며 입사를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성취동기도 사라지고, 개인마다 환경도 달라지며 조금씩 루즈해지는 사람들이 생겨 나게 되어 있다. 이런 사람들의 큰 특징은 "현실적으로", "지금 말고 향후에", "인력이 모자라서" 등의 말을 자주 하며, 앞으로 치고 나가려는 사람들을 오히려 깎아내리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다. 그렇기에, 저 말이 정말 나는 공감이 되나, 저렇게 실제로 일을 해 나갈 때, 즉 에너지 넘치게 일을 끌고 나갈 때, 주변에서는 톤 다운시키며 소위 '나대는 사람' 프레임을 씌워 활기 넘치는 에너지를 갉아먹게 할 가능성도 매우 커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일은 혼자 해낼 수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저런 좋은 신념이나 자세는 '가슴속에 묻어두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냥 '반면교사'로 선임하고 일을 하는 게 조용하게 회사생활을 하는 법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중이다. 이렇게 써 놓으니 슬프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현실은 현실인 거다...' 나도 결국은 점점 루즈해져 간다는 이야기다.

 


 그 외에도, 나는 무빙 워터님이 아주 자신감 넘치게 발표하며 청중을 이끌어가는 모습이나, 임원급들과도 하이파이브하며 격의 없이 지내는 등의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았다. 나도 입사해서 원래는 까불까불 하고, 고객들과 그룹장 및 팀장님한테도 농담 따먹기를 하며 어리광 부리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부턴가 안 하게 된 거 같다. 왜지...? 연차 먹었다고 쪽팔린 건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조직에 대한 실망이나 뭐 그런 게 있었을 수도 있고, 나이를 먹어가며 '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의식하는지도 모르겠다. 


 작년을 기점으로, 회사는 정말 조용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중이다.

내가 열심히 해봤자, 딱히 결과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누군가 들의 구설에 오르면, 정말 사람 한 명 바보 되는 거는 한순간이라는 걸 뼈저리게 경험한 이후로는, 그냥 숨만 쉬면서 돈만 받고 꾸역꾸역 다니는 느낌이다. 


 아울러 사내 전환 배치 공고가 며칠 전 떴던데, 요새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다른 조직에서 전혀 다른 환경과 고객,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 한번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무빙 워터님 말처럼, 언젠간 잘리고, 우리는 죽고, 회사는 망하는 거니까. 좋은 기회가 되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에게 강제로 변화를 부여할 생각이다! 그게, '나를 위해 일하는 방법'중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 빨리 필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알아? 다 맞춰 가야 하는 거야!" -너무 빨리 펴 버린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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