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꽤 아이러니한 일. 매일 같이 글을 쓰며 또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다니..
글로 밥 벌어먹고 산지 벌써 3년 차. 그저 글이 좋아 시작했던 일은 어느덧 시간이 꽤 흘렀고, 내 글쓰기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3년이라는 시간 속에 내 글은 단단하고, 매서워졌다. 바꿔 말하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게도 됐고 이는 누군가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 반대로... 점점 매력적이지 못한 재미없는 글이 되어 갔다.
익숙해져야 할까? 글로 밥을 벌어먹고 살기 위해선. 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던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글은 단단하면서 매섭지만 누군가를 곤란하게 하진 않았다. 못했다기보다 마음이 앞서 며칠밤을 끙끙대다 묻어둔 일도 많다. 이제 어쩌지? 뭘 어째. 단단하지만 따뜻한 나만의 매력적인 글을 쓰면 되겠지.
글을 쓰겠다고 다짐만 한 채로 몇 날 며칠을 그저 흘려보냈지만, 오늘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예술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수로 셀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로 세지 않아도 되는 것만큼 마음의 위로를 주는 것도 없지요."
오랜만에 찾은 미술관에서 수집가의 한 문장은 내 발걸음을 멈춰 서게 했다. 수로 세는 것이 나의 업이라면 이 공간에 쓰는 글은 나만의 예술로 만들어 봐야겠다. 나의 또 그리고 몇 안 되는 소중한 독자들의 마음의 위로를 위해.
글의 힘은 그렇다.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춰 서게도 또 다짐만 하던 이를 책상 앞에 앉아 실천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