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을 남겨보자 결심한 며칠 뒤에,
집이 불에 탈 뻔했다. 작동하지도 않던 에어컨에서 불이 났고, 물바가지를 퍼다가 불을 껐다.
그 후에야 소화기를 사다놨다. 저걸 쓸 줄이나 알까 내가..
곳곳으로 날아들어간 잿가루들을 쓸고 닦고, 이 집을 버려버리고 다른 집으로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불도 끄는 경험을 해보니,
또 나 자신 잘했다고 기특하다고 칭찬했다.
이 곳에 살면서 얻은 가장 큰 득은, 자꾸 내가 나를 칭찬한다.
'세상에, 너가 이걸 해내는구나'
혼자 쇼핑하고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운동하는 거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지 않고 앞에 나서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가끔 마음이 통하는 것에 기뻐하고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고
왠만한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려고 했다.
'세상에, 너가 이렇구나'
어디서 나온 용기였을까.
마흔 중반인데도 모든 첫 시작에 쥐어짜는 용기가 필요했다.
아마도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내 몸이 내 뜻대로 움직였을때 겪은 작은 성취감이 내가 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준 것 같다.
본격적이래봤자 등산을 하고 가기싫은 아침수영을 매일가고 건강달리기였다.
일단 10번만 하자. 그래서 안되는 것은 그냥 내버려둬버리자 마음먹었고, 10번은 1000번은 넘게 됐다.
그래서 또 운동복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