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치료

by 방정민

● 영화치료 ●

영화치료의 정의와 역사

영화치료(Cinematherapy)는 상담과 심리치료에 영화 및 영상 매체를 활용하는 모든 방법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용어는 1990년대 버그-크로스(Berg-cross)등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영화치료는 필름치료(film therapy) , 릴치료(reel therapy)라 불리기도 하고, 최근에는 영화치료와 별도로 동영상을 활용한 치료를 비디오치료, 비디오 워크(video work)라 부르며 영화치료와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으로 영화치료는 1990년대 초 미국에서 사회복지, 간호, 임상 심리학의 전문가들이 집단상담이나 부부상담 등에 영화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면서부터 싹이 크기 시작했다. 일례로 대표적인 영화치료의 주창자 중 한 명인 미국의 노스리지 병원(Northridge Hospital)의 월터 제이콥슨(Walter E. jacobson) 박사는 영화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영화 속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비슷한 상황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캘리폴리아 주립대학교 심리학과의 스튜어트 피쇼프 (Stuart P. Fischoff)교수도 ‘영화란 영혼에 놓는 주사’라며 영화를 통해 환자의 심리 상태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하였다.

2. 영화치료의 장점

1) 순응성(compliance)

상담받기를 싫어하거나 회피하는 내담자나 청소년에게 영화를 활용하여 상담할 경우, 영화 관람 자체가 하나의 강화제가 되므로 상담 요구에 더 잘 순응하고 상담을 받을 기회를 높인다.


2) 접근성(Accessibility)

영화치료는 독서치료보다 시간이 절약되고, 더 대중적인 매체이며, 관람하기 쉽다는 면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상담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 일단 아무리 길어도 2시간이면 관람이 충분하므로 문자 해독력이 약하거나 지능이 낮은 환자나 아동, 청소년도 접근하기 쉽다. 영화치료는 대중에게 공통적인 영상 문자를 매개로 하므로 언어의 이해와 표현의 문제나 문화적 이질감의 문제 또한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국내에 이주한 외국인 노동자 집단이나 국제결혼한 커플의 상담에 쉽게 활용할 수 있다.


3) 활용 가능성(Availability)

영화는 상담에서 교육 및 연수까지 그 활용 가능성이 광범위하다. 책과 영화는 모두 생각을 확장하고 재구성하며 상식화하고 교육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내담자의 생각을 바꾸거나 자신의 생각에 거리감을 두고 보는 데 있어 주인공의 행동을 모델링할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와 최적의 생생함을 제공한다.

4) 호기심(Curiosity)

다른 어떤 형태의 예술보다 영화는 핍진성(수용자가 텍스트를 그럴듯하고 있음직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정도)이 강하고, 청각과 시각, 문자언어 모두를 동원하므로 수용자의 지각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장점이 있다. 내담자는 흔히 현실을 잊은 채 영화를 보는 내내 다음 줄거리를 예상하고 감독과 일종의 게임을 벌인다. 또한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어떤 반전이 있을지 기대하고, 이러한 호기심이 영화를 지속적으로 보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상담에서 영화를 활용하면 내담자는 다음번 영화로는 어떤 것을 볼까, 어떤 주인공이 나오는 어떤 영화일까를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되어 상담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5)지지(Support)

영화치료에서 등장인물은 또 다른 보조 치료자이거나 훌륭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영화를 같이 본 내담자들은 영화의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내담자의 삶에 적용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내담자는 자신만이 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된다. 또한 역경을 극복하는 주인공을 자신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자원을 파악하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 심리적 위로를 받게 된다.


6) 정서적 통찰(Emotional insight)

김수지(2005)는 박사학위논문에서 영화가 인지, 행동, 정서의 영역에서 인지적 및 행동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지만, 특히 정서적 통찰의 영역에서 매우 유용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정서적 정화의 경험을 하고 자신의 정서를 그 어느 때보다도 극대화시킨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내담자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의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게 된다.

7) 라포 및 커뮤니케이션(Rapport & communication)

치료자와 내담자는 영화 관람이란 공통의 경험을 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영화치료 과정은 치료자와 내담자, 혹은 부부나 부모 간에 비슷한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친화력을 높일 수도 있다. 버그-크로스 등은 영화가 내담자의 고뇌와 치료자의 공감 사이에 이해의 다리를 놓음으로써 치료적 동맥을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영화관람은 내담자 간에 또는 치료자와 내담자에게 공통의 화젯거리를 제공하고, 이는 초기 상담 시 집단의 응집력을 높일 뿐 아니라 치료자와 내담자가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라포를 형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영화치료에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영화를 같이 보는 과제를 줌으로써 혹은 내담자 모두에게 치료 회기 동안에 할 일을 줌으로써 치료의 효과를 높인다.


3. 영화치료의 심리기제에 관한 네 가지 관점

1) 정신분석적 접근

바버라 크리드(Babara Creed)나 크리스티안 메츠(Christian Metz)같은 영화학자들은 영화 관람이 결국 성적 차이나 자율적 자아 혹은 주체성의 취득과 연관된 무의식적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신분석적 접근에서는 영화치료의 핵심을 영화의 내용이나 의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영화는 독서치료가 아니라 마치 꿈 작업을 하듯 영화의 어떤 장면이나 시퀸스가 어떻게 관람자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내고, 기저에 있는 전치과정을 밝히려 든다.

영화가 치유경험을 한다면 거기에는 정신역동적 심리기제가 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즉, 영화가 치유적이라면 거기에는 내담자가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기제, 자신의 금기의 욕망과 정서를 주인공에 투사하는 기제, 영화 속 주인공의 행동을 모방하는 기제, 영화 속 주인공을 롤모델로 이상화하는 기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비판이나 비호감의 감정을 표현한다면, 이때 내담자의 무엇이 충족(혹은 불만)되는지, 내담자의 숨겨진 판타지는 무엇인지 의식화하고 이를 언어화하는 과정은 마치 꿈 분석이 그러하듯 내담자의 내면에 관한 아주 유용한 재로를 제공할 것이다.


2) 대상관계적 접근

대상관계이론에 입각하여 영화치료의 과정을 보면 어떤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를 재미로 본다. 즉 영화에 놀이적인 속성이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현실 지향적인 학습과정과 달리 시간과 장소의 인과론을 허무는 어린아이 같은 즐거움이 존재한다.

대상관계 이론가들에 의하면 이러한 놀이와 연관된 심리적 공간은 이미 어린 시절 대상관계가 발달하면서 어머니의 품에 들어갈 때부터 생간 공간으로 이를 잠정 공간이라 한다. 외부 현실과 아동 자신의 주관성 사이의 중간 영역인 이러한 잠정 공간에서 예술, 창조성, 종교적 경험 등이 유래된다는 것이다. 예술을 향유하고 창조하는 인간은 이 잠정 공간에서 현실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상상하면서 만족감을 얻고, 이 잠정 공간은 궁극적으로 현실세계를 준비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기존의 심리치료에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내담자들도 영화치료에서만큼은 일단 영화를 보거나 만든다는 놀이적 속성 때문에 치료에 대한 자발적 동기가 높아진다. 내담자는 인간적인 모순과 현실을 뛰어넘는 판타지를 담은 마법과 같은 영화의 속성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들 수 있게 되고, 현재의 문제와 결부된 감정을 탐색할 수 있게 된다.


3) 인지학습적 접근

인지학습적 접근에서는 영화는 관람함으로써 사람들이 주인공의 행동을 자신의 행동과 비교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인지적 해석을 할 수 있다는데 주목한다. 내담자는 영화를 관람하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자신과 비슷하지만 동일하지는 않은 주인공을 보며 자신의 문제에서 충분히 떨어져 있을 수 있다.

영화 관람 후, 관객들은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또한 주인공의 행동을 자신의 변화에 대한 단초로 삼고 주인공의 행동을 모델링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고 세상에 대한 지각의 틀을 바꾸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게 한다. 사실 현실에 있는 사람보다 영화 속 주인공의 행동을 평가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부담이 덜 된다. 인지학습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그들과 비슷한 사람, 매력적인 사람, 또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점에서 관객이 매력적이고 선과 악이 뚜렷한 영화 속 등장인물을 모델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들 들면, 분노 통제가 잘 안 되는 내담자는 영화 속 주인공의 지나친 분노 표현이 주인공의 어떤 해석에서 기인했는지 관찰하고, 주인공의 분노를 일으킨 원인을 자신의 관점에서 대안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분노 상황에서 주인공과 달리 자신처럼 다른 해석을 내린다면 분노가 사그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즉, 사실적인 관찰이 대안적인 해석과 이를 통한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 이는 인지행동치료 중 하나인 합리적정서행동 치료(REBT)의 관점과 흡사하다. 비합리적 신념을 규명하여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인지나 신념으로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인지와 행동을 지향한다.


4) 실존주의적 접근


헤스턴(Heston)과 고트먼(Kottman) 등 많은 영화치료자는 영화가 여러 가지 감각 양식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어떤 메타포나 상징, 의미를 전달한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새로운 생각과 눈물과 웃음을 자극한다. 영화는 내담자가 부인하는 감정에 도전하고 인지ㆍ정서ㆍ행동 사이에 연관을 맺어 준다. 비록 인본주의적이고 실존적인 관점에서 메타포의 가치에 대해 논했지만, 무어는 비주얼 메타포의 사용이 내담자로 하여금 더 영적인 수준에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인생을 더 가치있고 의미 있는 것으로 경험하게 만든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메타포의 사용이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지각하게 하고, 사로 다른 태도를 받아들이고 선택의 기회를 갖게 함으로써 변화의 계기를 제공한다고 했다.

영화치료를 하는 동안 영화가 제공하는 메타포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다른 어떤 심리치료서보다 내담자는 여러 가지 감각 양식을 동시에 받아들이면서 영화의 다양한 상징 속에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메타포나 치료적 양식을 선택할 자유를 갖는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담자는 삶의 의미를 회복하고,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통찰을 촉진시키며 개인적 이해를 심화한다.


4. 영화치료 프로그램 구성 예

치유적 관점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지 스토리에 관한 것이 아니다. 영화에 관한 글쓰기는 읽는 이에게 영화에 관한 특별한 것– 특별한 장면, 특별한 대사, 특별한 카메라 움직임 –을 상기시키고, 그럼으로써 영화를 다시 보고 다시 느끼게 한다. 이러한 재해석 과정은 영화치료자로서 영화를 깊이, 그러면서도 다양한 층위에서 해석하고 그 사색과 개인적 느낌을 영화치료에 반영할 수 있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고구려ㆍ백제ㆍ신라 언어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