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괄호'를 품고 살아간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김애란

by 함상원


1월 초,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으며 그 특유의 먹먹하고도 다정한 문체에 깊이 매료되었다. 그 여운을 품고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펼쳤다. 2026년의 시작을 이 책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무너졌던 마음의 결을 차분히 가다듬을 기회를 준 커다란 행운이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괄호'를 품고 살아간다


사실 우리 모두는 어딘가 '괄호'처럼 구멍 난 존재들이다. 남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할 아픔 하나쯤은 마음속 깊은 구멍에 숨겨둔 채, 불안한 매일을 견뎌내곤 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인간은 없기에, 소설 속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누군가의 비밀 일기장 속 고백처럼 다가온다.


작품 속 아이들은 '다섯 개의 문장 중 단 하나만 거짓말을 섞는 게임'을 한다. 이들은 자신의 가장 처절한 진실을 '거짓말 후보' 자리에 슬쩍 끼워 넣는다. 나의 비극을 누군가 "에이, 설마" 하며 거짓말로 지목해 줄 때 느끼는 그 역설적인 안도감. 진실을 말했음에도 믿어지지 않음으로써 확보되는 그 안전한 거리가, 숨 막히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을 다시 숨 쉬게 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날 선 진실이 아니라,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가면일지도 모른다.




"이제 누구의 자식도 되지 마"

– 가족이라는 십자가를 내려놓는 법


책을 읽다 가슴을 깊게 찔렀던 문장이 있다. 채운의 어머니가 감옥에서 보낸 편지 속 한 구절이다.

"이제 누구의 자식도 되지 마. 가족과 꼭 잘 지내지 않아도 돼. 너는 너의 삶을 살아."

가족이라는 이유로, 혹은 사랑한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죄책감을 떠안기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말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 강력한 '해방 선언'이다. 이는 마치 누군가에게 주어지는 면죄부처럼 다가와 가슴을 친다. 성장이란 가족의 복원이 아니라, 가족으로부터 온전히 독립하여 나 자신으로 서는 과정임을 이 책은 분명히 한다. 부모의 불행을 자식이 다 짊어질 필요는 없다고, 그 손을 놓아도 괜찮다고 등을 떠밀어주는 기분이 든다.


11.jpg



'좋은 직선'으로 나란히 걷는, 비접촉의 연대


흔히 사랑한다면 꽉 껴안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누군가를 지키지 못해 손을 놓쳐본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손을 뻗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작가는 그런 우리에게 '비접촉의 연대'라는 새로운 관계를 제안한다.

서로의 궤도를 침범하거나 억지로 융합하려 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를 유지하며 나란히 서는 것. 소설 속 아이들이 느꼈던 "하늘 아래 쭉 뻗은 수평선처럼 사람을 안심시키는 무엇" 혹은 "좋은 직선"의 관계다. "누군가를 잡은 손과 놓친 손이 같을 수 있다"는 통찰은, 완벽한 구원에 실패했을지라도 그 곁에 머물렀던 마음만은 진실했음을 어루만져 준다.


5.jpg
1.jpg


마치는 글: 부서진 채로도 꿋꿋이 살아갈 당신에게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2026년 도착한 가장 정중한 악수와도 같다. 결말에 이르러도 아이들의 가난은 여전하고 상처는 다 낫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제 자신의 불행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쓰며 직면할 용기를 얻는다. 누군가에게 닿고 싶지만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망설이는 '대문자 INFP' 성향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안녕이라 그랬어』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더 깊고 단단해진 김애란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서진 채로도 우리는 꿋꿋이 살아갈 수 있다. 그저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서로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