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 커뮤니케이션북스
<대중문화 비평의 관점과 기술>은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시리즈 중 하나로 발간된 책이다. 책 분량은 비록 적지만 대중문화 비평뿐만 아니라 비평에 관해 알고 싶었던 많은 이론적인 접근을 가능케 해 준다.
저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인하대학교 사회교육학과에서 문화교육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의를 했고, 저서로는 <대중문화 읽기와 비평적 글쓰기>, <지역문화 콘텐츠 제작의 실제>, <영상 미디어 교육의 이해> 등이 있다.
책을 넘겨보면, 첫 장에서는 머리말을 대체한 ‘대중문화 비평가가 알아야 할 것’이라는 주제로 상당한(?) 지면의 분량을 할애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장에서는 ‘대중문화의 즐거움’,‘대중문화 이론의 흐름’,‘대중문화 비평을 위한 용어’,‘비평 연습을 위한 준비’,‘대중문화 비평가의 자세’ 등 대중문화와 비평 전반에 관한 이론적 지식들을 총망라하여 배치해 놓았다. 대략 대중문화라는 것은 어떤 것이고, 비평은 어떻다 하는 식으로 개략적인 설명을 해놓았지만 비평과 관련된 글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쉽게 읽히고 이해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 긴장을 한 상태에서 행간의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 문해력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의 내용은 이해했다. 이런 책은 한 번 읽고 덮을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이해가 될 때까지 여러 번 읽는 것이 상책이다.
이 장에서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비평 연습을 위한 준비’이다. 대중문화 비평이라는 막연한 장르의 글을 어떻게 시작할지도 모르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일종의 팁을 선사해 준다.
본격적인 비평에 앞서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대중문화가 어떤 것인지 정리해 보자. 대중문화의 구체적 텍스트나 분야, 장르, 스타 등 어느 것이나 상관없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평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면 된다. 좋아하는 대상이 정해졌으면 다음의 질문을 읽어 보고 글을 써보자.
- 언제부터 그것을 좋아했는가.
- 나는 그것을 대할 때 어떤 느낌을 받는가.
- 다른 대중문화와 비교할 때 그것의 어떤 점이 나를 매료하는가.
- 그것은 다수가 좋아하는 것인가, 아니면 별로 인기가 없는 것인가.
- 그것은 나의 다른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나에게 의미를 가진 것인가.
이런 유의 물음들을 정해 글을 쓰면서 비평의 세계에 진입한다면 막연한 느낌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글의 장르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중문화 비평가가 알아야 할 것’이라는 강을 건너면 드디어 본격적인 대중문화의 첨병으로서 비평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길이 드러난다. 1장 대중문화에서는 대중문화의 개념과 범위, 대중을 보는 관점, 대중문화의 특성 등이 요약되어 설명되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대중문화의 특성을 설명한 대목이다. 대중문화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대중문화 비평을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요약한 대중문화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중문화는 저급하다.
둘째, 대중문화는 상업적이다.
셋째, 대중문화는 이데올로기적이다.
넷째, 대중문화는 민주성을 띤다.
다섯째, 대중문화는 저항성을 띤다.
여섯째, 대중문화는 능동성을 가지고 있다.
일곱째, 대중문화는 일상성을 띤다.
이런 대중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출발한다면 비평적 안목에 이르는 지름길을 발견할 수 있다. 2장은 비평적 안목을 기르는 방편으로 비평의 개념, 비평적 안목의 필요성, 비평적 안목의 조건, 관점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이 장에서는 비평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들어서 그동안 막연히 알고 있었던 비평의 개념에 대해 좀 더 확실히 이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비평이라는 용어는 매우 다양한 양상을 가진다. 이들을 모아 보면 판단하기, 가치를 평가하기, 분류하기, 비교하기라는 행위로 정리할 수 있다. 텍스트가 가지는 아름다움과 추함, 선함과 악함, 장점과 단점 등을 찾아 그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비평에서 중요한 일이다.
비평의 이런 개념과 특질은 앞으로 비평가의 삶을 살아가는데 큰 밑거름이 될 만한 정보라고 할 수 있겠다.
<대중문화 비평의 관점과 기술>이 비평을 다루는 책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론적인 접근을 도외시할 순 없다. 여기에서는 그렇게 정신분석 비평, 마르크스주의 비평, 구조주의 비평, 독자 반응 비평 이론으로 접근하여 비평의 이론적 접근을 시도한다. 각 이론적 비평에 대해 소개를 장별로 짤막하게 소개해 놓은 글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정신분석 비평: 정신분석 비평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것을 폭로하고 인간의 심층 동기와 그 작용을 밝히며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진실을 알아내려고 한다. 이러한 폭로의 목적은 인간의 치유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더 나은 사회적 관계를 만들기 위함이다.
- 마르크스주의 비평: 마르크스주의 문화론은 하나의 독립된 이론체계가 아니라 마르크스에게 영향받은 사람의 이론을 통칭하는 것이므로 다양한 내용과 갈래를 지닌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찾자면 이 이론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띤다는 점이다. 이 정치적 성향의 목적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르크스주의는 당연히 혁명성을 띨 수밖에 없다.
- 구조주의 비평: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은 다르더라도 그것을 이루고 있는 보편적인 구조는 같다고 보는 것이 구조주의의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조주의 비평은 대중문화의 해부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텍스트에 숨겨진 구조를 찾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미학적 요소와 질을 무시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 독자 반응 비평: 어떠한 비평이나 어떠한 해석도 텍스트의 의미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다. 의미란 텍스트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며 저자가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의미의 해독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과 환경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간다. 그러므로 독자는 텍스트의 소비자가 아니라 의미의 생산자다.
이외에도 비평적 글쓰기의 정의와 조건, 비교하기, 분석하기, 평가하기, 판단하기 등 알토란 같은 지식과 정보를 접하게 되면 고작 100쪽도 되지 않은 분량의 이 작은 책이 골리앗처럼 크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비평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