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 샘터사

by 정작가


앤타일러의 <종이 시계>를 번역한 것이 지은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전에 누군가 선물로 받았던 책이었는데 이렇게라도 저자를 알게 된 것을 보면 인연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저자는 영문학자이자 번역가, 수필가로 소개되어 있다. 소아마비 장애와 세 차례 암 투병 와중에도 꾸준히 글을 번역하고 수필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장영희 교수의 이력이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수필이란 어떤 글일까 고민하던 차에 수필집을 고르다 우연히 맞닥뜨린 책이다. 대개 한국의 유명한 수필을 보면 한자도 많이 나오고, 내용도 난해한 수필이 많다. 반면 이 책은 분량도 적당하고, 읽기도 수월하다. 단지 특이하다고 할 만한 점은 문학에세이라는 점이다. 수필이라면 대개 지은이의 신변잡기가 일상적인 일들에서 온 경험들을 토대로 지적성찰의 과정을 거친 작품이 많은데 이 책은 문학과 관련된 에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느낌이 새롭다. 왜냐하면 적은 분량의 에세이 한 편을 읽고, 수 백 쪽이 넘는 몇 권의 책에 대한 정보를 덤으로 얻은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밝히다시피 국내 일간지에 북 칼럼 형식으로 게재되었던 글을 모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글에서는 문학에 대한 향취가 잔뜩 묻어난다. 유명한 문학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이라든지 작가에 대한 소개와 일화, 문학을 통해 저자가 느꼈던 생각들이 일상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과정 속에서 마치 김치가 숙성되어 발효된 것처럼 농익은 유산균을 탄생시킨다는 느낌이랄까.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서는 많은 문학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로 알려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비롯하여, 장대한 대서사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러 작품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헬렌 켈러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수필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극복하고 비장애인도 하기 힘든 업적을 실현한 헬렌 켈러의 일대기는 실제로 장애를 가졌던 저자와 오버랩된다.


살아가면서 때론 불만에 가득 찬 경우가 많다. 만족스러운 것이 많으면서도 정작 한두 가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정을 부리기 일쑤다. 그럴 때 이 에세이를 한번 읽어본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뚜렷한 성취를 거두고 열정적인 삶을 살다 간 저자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다.


장영희 문학에세이는 문학적 감수성과 일상이 어우러진 수십 편의 글을 통해 여느 수필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한 감각이 돋보인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그동안 문학적 감수성에 목말랐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시원한 사이다 같은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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