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의 흔적
역사학자가 말한 극단의 시대는 이미 끝이 났지만, 우리는 또 다른 극단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모든 것의 극단이 존재하는 법이지만, 그 극단들 중에도 환영받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가장 심한 극단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빈부의 극단이다. 이에 대해서는 참으로 언급한 이들이 많으니, 내가 여기에 잉크와 전력을 더 소비 한다한들 뭐가 크게 바뀔까 하는 생각이다.
빈부의 극단은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다른 하나는 '빽' 아닐까. 권력을 가진 소수와 그것을 나누는 자들. 권력자와 그 주변 사람의 뒤를 돌봐주는 행위는 모르긴 몰라도 글자가 생기기 이전부터 있지 않았을까. 정확한 근거와 자료를 찾을 수는 없지만 친근함을 기준으로 “봐주는” 대상을 나누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함이라는 준칙을 마음속에 인스톨하지 않는다면 권력 행사의 불균형과 극단도 나아질 것 같진 않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돈과 권력은 한쪽으로 쏠려 있고, 아래쪽으론 가진 것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이 있다. 극과 극이라 피라미드 위엔 적은 사람만 있다. 나머지는 아래층을 나눠 쓰기에 바쁘다. 한 층 올라갔다가도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면 두 층 내려가는 게 범인의 인생사다. 아래의 극으로 떨어지지 않고 사는 게 대부분의 인생 목표다.
부와 권력의 총합은 역사상 지금이 가장 크다고 가정하자.(아직까지는 물질적으로 계속 팽창 중이니 현재의 부와 권력의 총합이 젤 크다고 해보자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이 부의 규모를 다룬 책들이 있으니 나중에 같이 살펴보고자 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부의 총합이 정말 모든 가치의 합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인간 기준의 가치만이 아닌 비인간 기준의 가치는 무엇인지, 비인간 기준의 가치는 양화될 수 있는지, 양화되지 못한다면 비인간 기준의 가치를 부와 어떻게 양립 또는 대치시킬지 모든 것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것은 자연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이분법을 다시 고민하는 순간이 될 것이며, 이에 대해서는 여러 번의 글을 통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부는 어쨌든 인간의 교환가치의 총합이다. 인구의 팽창 속도보다 부의 팽창 속도가 크고, 더 소수가 불어난 부와 권력을 가진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위와 아래의 극은 점점 더 멀어진다.
그나마 이런 세상에 위안을 삼고 싶은 것이 있다. 그건 말과 글이다. 어떤 언어든 상관없다.
말은 인류가 말 할 수 있는 신체적 구조를 진화를 통해 얻은 이후로, 신체적 결함이 아닐 경우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해 왔다. 하지만 글은 어떤가. 글도 공평하게 사용해 왔던가. 오랜 역사 동안 문자는 권력자들의 것이었다. 고대 시대에 기록된 많은 문자들은 문학 이외에 요즘의 말로하면 공문서에 해당하는 것들이 많았다. 누가 무엇을 소유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 이 파악은 목적이 있었으리라. 누가 무엇을 가졌는지 제일 궁금한 사람? 집단?은 당연 지배계층일 것이다. 가져가기 위해서는 파악해야 한다. 이는 지금도 해당하는 착취의 기본자세다.
역사는 다행히 한 쪽으로만 기울지 않았다. 글과 문자는 인쇄술의 보급과 함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언어가 되었다. 하지만 글을 누구나 쓸 수 있다고 해도 모두가 비슷한 의미를 가진 글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어떤 글은 매우 뛰어나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기도 하며, 어떤 글은 벽에 낙서로 행인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도 있다. 어떤 글은 매우 중요한 순간이나 사건이 일어날 때 쓰여져서 기록으로의 가치를 갖는다. 어떤 글은 행위와 일치되는 것이어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 것도 있다. 글이 가지는 의미들이 어찌 이뿐이겠는가. 글은 글을 쓴 사람, 그리고 쓰는 순간마다 각각의 의미를 가질테니 헤이리기 쉽지 않다.
그래도 사람들이 읽기를 원하는 글은 대부분 더 뛰어나다는 사람들이 써놓은 글이다. 그들은 보통 식자중의 식자이거나 권력이나 부가 밀집되거나 생성된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이다. 논리를 갖추며 의미전달이 탁월하며, 묘사나 상황설명이 뛰어나다. 적절한 순간에 적절하게 어려운 단어를 섞어 쓰며, 어려운 단어마져도 쉽게 느끼게 할만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큰 서점에 가면 이들의 글을 발견할 수 있다.
가까운 듯 먼 저 글들 말고 내 주변사람들의 글은 무슨 내용일까. 그들은 무엇을 표현하는가. 그들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대부분인 우리 아니겠는가. 매순간이 어설프며 보잘것 없는 몸부림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무슨 글을 어디에 남기는가. 우리는 어떤 글들을 어떻게 남겨야 우리의 흔적들은 남길 수 있는걸까. 남긴들 누가 볼까. 우리들의 글은 생존이 쉽지 않다. 글은 읽는 독자가 있어야 의미가 살아나는 특징을 가진다. 우주 공간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떠도는 책은 물질로서만 의미를 가진다. 우리의 글은 소수의 독자를 만나기 위해 존재한다.
나의 글은 누가 읽고 당신의 글은 누가 읽을까. 나는 무슨 글을 쓰며 당신은 무슨 글을 쓸까. 보통사람이 남긴 글은 무엇일까.
세상에 작고 작은 사람들이 서로 읽고 서로 독자가 되어준다. 모두가 글쓴이이며 모두가 독자이다.
2021년에 씀